지난 13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120석 규모의 한 켠에는 바가 마련돼 있는 작은 지하 공연장. 밴드의 강렬한 록 사운드로 채워져야만 할 것 같은 이 곳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가득 찼다.
이날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최형록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스크랴빈의 5개의 프렐류드·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공연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형록은 “이번 무대를 통해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들을 깨고 싶었다”며 “앞으로 더 깊이 있고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치유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최형록이 어느 공연보다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그만의 섬세하고 우아한 터치를 선보인, 또 공연 중 인터뷰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이 공연은 ‘현대카드 큐레이티드’다.
현대카드 큐레이티드는 2015년부터 대중문화 각 분야의 거장들이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직접 발굴해 선보이는 공연 브랜드다. 윤상·윤종신·이적·장기하·타블로 등이 큐레이션한 지난 8년 간 500여 회의 공연을 통해 팝·일렉트로닉·힙합·록·재즈·전통음악·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 교수를 큐레이터로 영입해 클래식으로까지 공연의 외연을 확장했다. 이번에 무대에 오른 최형록은 2019년 제7회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의 우승자이자 2021년 제18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 쿼터파이널리스트로, 세계 클래식계에서 주목 중인 재원이다. 손 교수가 직접 무대에 오른 지난해 11월 공연은 언더스테이지의 첫 클래식 공연이었고, 12월부터 김도현의 공연을 시작으로 이택기·박진형 등 전도유망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큐레이티드는 한국 대중문화계를 대표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밴드 혁오의 첫 단독 콘서트가 큐레이티드를 통해 펼쳐졌다. 이 외에도 곽진언·박재정·죠지·우효·아도이·유라·후디 등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뮤지션들의 첫 무대를 큐레이티드가 함께 했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큐레이티드를 통해 펼쳐졌다. 2015년 11월에는 엘튼 존이, 2017년 5월에는 스팅이 큐레이티드 무대에 섰다.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지정석 180석 내외의 공연장에서 펼쳐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크게 주목받았고, 관객들은 그 무엇보다 특별한 문화 경험을 제공받게 됐다. 영국의 밴드 ‘뉴 호프 클럽’의 첫 내한 콘서트도 2019년 큐레이티드를 통해 열렸다.
현대카드 측은 “큐레이티드의 기반에는 고객과 문화적 영감을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는 현대카드의 문화마케팅 철학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