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10배 이상 오른 에너지 가격, 2026년은 돼야 떨어질 것” [경제인싸]






전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계묘년 시작부터 유가·물가 할 것 없이 많은 부분에서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유럽의 도시가스 요금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액화천연가스(LNG) 밸브를 잠갔기 때문입니다. 전쟁 이전까지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천연가스 소비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했거든요. 하지만 푸틴의 의도와 달리 유럽이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면서 현재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한 해 동안 에너지 가격은 전체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높은 천연가스 가격은 2026년이 돼야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Q. 2023년 현재, 에너지 가격은 어떤 상태인가요?

A. 재작년에 비해서 작년에 에너지 가격이 거의 5~10배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현재는 겨울인데요. 겨울이 오기 전,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를 미리 사서 비축해 놓은 상태라서 지금은 가격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중국이 코로나19로 자국을 봉쇄하면서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봉쇄를 풀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에너지 수요는 좀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작년만큼 높은 에너지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작년보다는 약간 낮지만 재작년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전체적인 올 한 해 에너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가격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랐나요?

A. 전 세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석탄의 사용량을 줄이고 천연가스의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석탄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석유의 가격은 한 5배 정도, 석탄은 작년에 약 8배 정도 오른 상황입니다. 반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이 현재 진행되면서 천연가스의 수요가 증가하자 천연가스는 재작년에 비해서 작년에 35배까지 올랐습니다. 천연가스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공급을 늘리기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에요. 투자부터 실제 상업 생산까지 5~6년이 걸리니 늘어난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이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Q.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눈에 띄게 급등한 것 같아요.

A. 현재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을 1단계와 2단계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단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재작년 여름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작년 초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대정전이 발생했는데요. 재생에너지에 많이 의존한 것에 비해 재생에너지로부터의 발전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이같은 일들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또, 영국은 북해에서 해상풍력 발전을 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해상풍력으로부터의 발전량이 재작년에 급격하게 줄었죠. 그래서 그 대안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됐고,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자 가격도 상승하게 됐습니다. 2단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교란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꼴이 돼서 가격이 급등하게 됐죠.


Q.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던 천연가스를 중국에 팔기 시작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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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재작년 천연가스는 국제 평균 가격이 MMbtu당 15달러 수준이었고 때에 따라서는 2~3달러에 거래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던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자 중국이 러시아에서 사 온 천연가스를 유럽에 되팔기 시작했어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중국에 20~30달러 수준으로 팔면 중국은 거기에 20~30달러의 마진을 붙여서 유럽에 파는 것이죠. 즉, 유럽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할 때보다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Q. 그럼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중국으로 이동했다가 유럽으로 가는 건가요?

A. 그게 아니라 중국은 단순히 거래만 한 겁니다. 대신 기존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갔다면 이제는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액화시키고 그걸 배에 실어서 유럽으로 보내다 보니 중국의 마진을 비롯해 액화하는 비용과 운송비용이 추가된 거죠. 따라서 유럽은 과거에 15달러 수준에서 샀던 LNG를 심할 땐 90달러에 수입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손해를 보지 않고 또 중국은 이윤을 남기는, 아주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게 됐던 거죠.

Q. 러시아는 왜 중국을 택했나요?

A. 중국과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붙어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우방 국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팔 데가 없습니다. 미국이 경제 제재에 나섰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요. 이때 중국은 현재 미국과 일종의 적대관계로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던 것이죠.

Q. 러시아는 석유도 꽤 많이 생산하고 있잖아요.

A. 러시아는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석유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석유도 미국이 우방국에게 러시아산 석유를 사지 못하게 하니까 러시아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친한 인도에 석유를 팔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석유를 팔았어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이지만 자국에서 생산하는 비용보다 러시아가 더 싸게 팔겠다고 하니,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산 석유를 산 뒤 마진을 붙여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러시아의 상황은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고 중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예전보다 좋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Q. 유럽의 전기 요금은 얼마나 올랐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까요?

A. 유럽은 석탄과 원전을 줄이는 대신에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지만, 여러 이유로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유럽 안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거의 7배 가까이 오른 상황입니다. 유럽의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은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5~7배 정도 올랐고,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가격의 경우에는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거의 10배까지 오른 수준입니다. 1kWh는 선풍기 한 대를 약 30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양인데요. 현재 독일·프랑스·영국의 경우에는 kWh당 1500원 정도 합니다. 우리는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131원 올랐지만 140원을 안 하고요. 즉, 한국과 비교해서 약 10배 정도 높은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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