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성 정체감 장애(DID)를 앓고 있는 프랑스의 한 20대 유투버가 벨기에 안락사 클리닉에서 ‘조력사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력 사망’이란 본인 선택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때 의사의 도움이란 사망을 앞당길 수 있는 약물을 처방받는 것을 의미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유투버 릴리(23)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해 말 조력 사망을 진행하기 위해 벨기에 의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25만명에 달하는 릴리는 ‘올림페’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이다. 2020년부터 DID와 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ADHD)를 앓는 자신의 일상을 담긴 영상을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DID는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질환이다. 릴리는 자신이 루시, 제이, 찰리 등 총 4개 인격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릴리는 지난 4일 프랑스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DID를 앓고 있는 자신의 삶을 고백하며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릴리는 방송에서 “청소년 시절 5차례 이상 성폭행을 당했으며, 7년간 20번의 파양을 당했다”며 “학창시절에는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조력 사망을 희망한다고 밝히며 “이제 더는 다른 시련을 겪을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다다랐다”며 “조력 사망은 충동적이 아닌 ‘내 머리로 명확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릴리가 말한 벨기에 안락사 클리닉에서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력 사망을 돕기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프랑스와 달리 조력 사망이 합법인 벨기에가 ‘죽음 병동’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지는 게 부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력 사망을 법제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일부 지역, 뉴질랜드 등이다. 스위스는 적극적인 조력사망을 제한적으로 금지한다.
릴리의 발표는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사랑하고 살려고 노력해야한다”, “너무 섣부른 선택이다”라며 릴리의 조력 사망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고, 반면에 “죽음을 선택할 만큼의 고통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며 릴리의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