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 집을 나서는데 딸애가 아직 출근하지 않고 있어 오늘은 출근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번 주는 회사 전체가 재택근무라 집에서 일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애는 한 달여 전에 귀국해서 낮밤이 바뀐 채 옆방에서 이미 재택근무 중이었다. 아들애 회사는 코로나19 시작 이후 회사 전체가 재택근무로 전환한 지 3년이 다 됐는데 아직 회사로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바뀐 일상 중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의 확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상당수의 회사가 사무실 근무로 복귀했지만 딸애 회사와 같이 재택근무를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전보다는 확실히 늘었다. 국가마다, 시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재택근무의 비중이 5%였으나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에는 60%를 웃돌기도 했다. 영국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겸하는 혼합 근무 형태가 2022년 중반 24%에 이르고 약 80% 근로자가 만족하고 있다.
우려와 달리 일의 효율성은 저하되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직장 문화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특집 기사에 따르면 우려와 달리 직장 구성원 간의 소통이 더 긴밀해졌고 대면 접촉은 줄었음에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 연구에서는 재택근무가 근무 성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직원이 승진에서는 불리하다는 결과를 보였다.
일상으로의 회복이 진행되지만 코로나19 이전 근무 형태로의 복귀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에는 부분 재택근무 형태가 정착해 일주일에 2-3일 정도 근무지로 출근하는 게 일반화됐다.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일론 머스크가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근무지로의 복귀를 지시하자 직원들이 집단으로 사퇴해 트위터 운영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은 100% 사무실 근무로의 회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재택근무의 확산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출퇴근 부담이 줄고 집에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쾌적한 집을 구해 교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특히 업무에 있어 정보기술(IT) 활용도가 높아지고 상주하는 근무자가 줄어들면서 대도시 시내 상업 중심지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급증하는 등 도심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IT 기업들이 집중된 샌프란시스코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 52시간 근무 제도 개편 등이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익숙해진 재택근무를 적절히 활용하는 제도와 운영의 묘를 다 같이 고민해 근무 만족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