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대출 지원금 83억 원을 빼돌린 일당 15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전세 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무자본 갭투자자’의 주택을 공짜로 사들인 뒤 허위 세입자를 이용해 전세 대출을 받았다. 범행은 임대인, 임차인,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치밀하게 이뤄졌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대출사기 일당 151명을 붙잡아 이중 총책 30대 A씨와 대출 브로커 등 14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나머지 137명 중 허위 세입자 등 119명은 같은 혐의로, 공인중개사 18명은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도권과 경주·대구·대전·광주 등지에서 대출금 83억 원을 빼돌려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은 19세 이상∼33세 이하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최대 대출액은 1억 원이다.
A씨는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을 해주는 시중 은행이 서류 심사만으로 쉽게 대출을 해주는 점에 착안해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대출 브로커 31명을 전국 각 지역의 총책·관리책·알선책 등으로 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주택을 팔려는 ‘무자본 갭투자자’들을 모집했다. 무자본 갭투자자는 자기 자본 없이 전세 보증금으로 매수 잔금을 내고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을 뜻한다.
이후 이들은 전세 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무자본 갭투자자로부터 주택 83채를 공짜로 사들인 뒤 미리 모집한 허위 세입자들을 이용해 전세계약서를 작성,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을 신청해 대출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은 역할 비중에 따라 나눠 챙겼으며,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준 공인중개사들은 1건 당 20만∼4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A씨 등 일당은 경찰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 상당수는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애초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들의 범행으로 정부가 대신 변제한 대출금은 현재 22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추가 범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이들의 범행을 해당 은행에 통보해 전세대출 예정인 대출금 42억 원을 지급 중단시켰다. 더불어 추가 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이나 보증기관이 임대차 계약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공인중개사의 전세계약서 대필 행위를 제재해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단속해 전세 사기 사범을 엄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