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김기현 대 안철수’ 양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두 후보는 “줄 세우기 선거” “발목 잡기”라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의 당권 구도는 이날 안철수 의원이 처음으로 김기현 의원을 제치고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요동치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자인 안 의원에 대해 “여전히 비판을 위한 비판, 발목 잡기만 계속한다면 성공적인 모습으로 당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내 현역 의원 중 안 의원을 지지한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직격했다.
안 의원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이날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을 당협 합동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그는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네거티브의 일종”이라며 “여러 의원들이 사실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앞서 김 의원의 수도권 출정식에 현역 의원 28명, 당원 등 총 8000여 명이 참석했다는 소식에 “무조건 사람들만 많이 모아놓고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이번 전당대회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두 후보 간 네거티브전에 불이 붙은 것은 당권 경쟁이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다. 이날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로 알앤써치가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440명)의 39.8%(1위)가 가장 적합한 국민의힘 대표로 안 의원을 꼽았다. 김 의원은 36.5%로 2위였다. 직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안 의원의 지지율이 20%포인트나 급상승한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의원의 모습과 그 뒤에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대통령실에 대한 반감이 다자 대결 구도에서도 고스란히 안 의원에게 실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와 안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반발감을 키웠다는 얘기다. 물론 역전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과 친윤계는 안 의원을 ‘반윤’으로 언급하며 견제에 나섰다. 김 의원은 “당 대표가 되는 과정을 자기 출세의 기반으로 삼는다거나 하는 수단적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여론조사의 경우 ‘나는 대권의 꿈이 없다’는 김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대리하는) 지배인 같은 느낌을 주다 보니 반감이 들 수 있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84만 명 중 진성 당원과는 선택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며 “후보 등록, 컷오프를 거쳐 본격적인 지역 유세에 들어가면 불꽃이 튀면서 다시 지지율이 변동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