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대학의 학생 충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답변보다 다소 높았으나 격차는 크지 않다. 지역 대학과 지방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가진 대학 예산 및 지도·감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정책의 경우 국민 10명 중 6명이 찬성해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제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교육 분야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대 정원 규제 완화에 대한 찬반은 각각 46.1%와 49.9%였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응답자는 찬성 의견이 비수도권 거주자에 비해 높았으나 반대 의견도 44%가량 됐다. 정원 규제 완화로 수도권 과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대학 설립·운영의 4대 요건을 개편해 첨단 분야 학과 신·증설 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야당과 지역 대학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대학들이 구조 조정으로 확보한 여유분을 활용하고 학과 간 조정 등을 통해 정원총량제 내에서 증원할 수 있는 차선책을 택했다. 대신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해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역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대학 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지역 주도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대학 예산 및 지도·감독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것과 관련해 61.2%가 찬성했고 반대는 32.1%였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찬성 의견이 많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59.0%)보다 진보(67.7%)가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사립대 폐교 시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귀속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해 향후 대학 구조 개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사학법인이 해산할 때 별도의 정관이 없으면 학교 재산을 국고나 지자체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계·부실 대학의 자진 해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는 사립대의 자발적 퇴로를 마련해주기 위해 해산·폐교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중 일부를 설립자가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도 부실 위험이 높거나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구조 개선과 퇴로 마련을 위해 재산 처분, 사업 양도, 통폐합에 관한 특례를 부여하고 해산 시 공익·사회복지법인 등으로의 잔여재산 출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야당과 진보 교육계가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한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을 가져가게 하면 ‘폐교 먹튀’를 양산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데다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65.4%는 공공재인 학교 재산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설립자가 일부라도 잔여재산을 가져가는 데 대해 반대했다. 부실·한계 대학의 자진 폐교를 유도하기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은 30.8%에 그쳤다. 반대 의견은 진보 성향이 73.5%로, 보수 성향(62.4%)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