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넘는 모태펀드를 운용·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가 대통령실 출신의 비전문가를 상임 감사로 선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인사가 한국벤처투자 감사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간 벤처투자 업계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높은 인물이 맡아 왔었다.
31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우승봉(사진) 감사를 선임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초부터 계속 감사 채용에 나섰지만 적합한 인사가 없다는 이유로 채용 절차를 철회하기도 했는데 재공고를 통해 최종 선임 완료했다.
임기 3년의 한국벤처투자 상임 감사는 연봉뿐 아니라 기관장급 의전과 대우를 받아 고위공무원 출신들도 선망하는 자리다. 한국벤처투자는 감사에 성과급을 포함해 2억 원에 달하는 높은 연봉과 더불어 개인 집무실과 비서, 차량과 개인 기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감사는 단순히 이사회 견제와 내부 감사뿐 아니라 각종 비용 지출은 물론 신규 사업 등에 대해서도 감사의 결재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운용과 벤처펀드 출자,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감사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그동안 한국벤처투자 감사를 벤처업계 혹은 중소벤처기업부 출신 인사들이 도맡아 온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수조 원가량 투입된 모태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한국벤처투자가 갖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정치권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해 온 것이다.
실제 직전 감사는 IBK캐피탈에서 창업투자조합 운용과 투자은행 본부장 등을 맡았던 벤처투자 전문가인 문주철 전 부사장이 맡았고 이전에 아이벤처투자 상무 출신인 박경필 씨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을 지낸 양봉환 씨가 감사로 재직한 바 있다.
그러나 우 감사의 그간 경력을 살펴보면 벤처 업계와는 인연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한국벤처투자 감사 채용 공고의 지원 자격 요건과도 배치된다. 해당 공고의 지원 자격 요건을 보면 '벤처투자,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 등에 대한 지식과 관련 경험을 보유한 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 감사는 줄곧 언론계와 정치권에 몸담아왔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그는 소년조선일보와 조선에듀케이션 기자를 거쳐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이후 인천광역시청 대변인과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 공보팀장 등을 지냈다.
이번 감사 선임에 대해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우 감사는 입법부·행정부·지자체·대통령실 근무 경험을 통해 감사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계 사모펀드인 'EMP벨스타'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경험도 있어 투자업계와 투자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 겸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벤처투자는 감사 선임과 더불어 임기 2년의 비상임 사외이사 교체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도균·박영운·유병준 사외이사의 임기가 지난달 10일 만료됐지만 신규 인선이 늦어지면서 현재 임기가 자동 연장된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오는 7일까지 지원서를 접수받고,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