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빛과 물질의 독특한 상호작용을 모방해 편리한 제품을 만들었죠. 궁극적으로 동물의 눈처럼 능동적으로 반응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월 수상자인 송영민(42·사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미지센서와 렌즈의 결합으로 이뤄진 기존 카메라를 넘어 동물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로 ‘시각 혁명’을 이루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갯벌에 사는 농게의 겹눈 구조를 모방해 360도 전방위·수륙양용 촬영이 가능한 초소형 광각카메라를 개발했다.
G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대학원 시절 발광다이오드(LED)나 태양전지 같은 반도체 광소자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했다”며 “당시 우연히 ‘나방 눈 표면의 나노 구조가 빛의 반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논문을 보고 생체 모사 기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했다. 야행성인 나방은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잘 보기 위해 빛의 반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 구조를 모사해 고효율 LED, 태양전지 등을 만들어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할 때 지도교수가 ‘곤충 눈을 모사한 카메라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자연 모사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송 교수는 “그동안 몰포나비의 새파란 날개를 모사한 컬러 센서, 빛반사가 거의 없는 나방의 눈을 모사한 무반사 필름 등을 개발했다”며 “최근 물고기·파리 등 다양한 동물의 눈을 모사한 신개념 카메라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 교수는 앞서 사하라 사막 은개미(silver ant)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모사해 친환경 냉각 소재 복사냉각 기술을 개발해 창업(포엘)에 도전했다. 이 은개미는 온몸에 삼각기둥 모양의 독특한 털이 있어 체내 복사열을 외부로 효과적으로 방출한다. 이 원리를 잘 활용하면 구조는 다르지만 복사를 통해 물체를 차갑게 할 수 있는 ‘복사냉각’이 가능하다. 송 교수는 “필름 형태의 복사냉각 소재를 만들어 건물이나 차량에 부착해 에어컨을 덜 사용하면서도 시원한 생활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요즘 같이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송 교수는 “제가 연구했던 ‘곤충 눈 카메라’가 몇 년 전 초등학교 6학년 과학 교과서에 두 페이지로 실렸다”며 “연구 주제를 정할 때 오랜 시간 즐겁게 임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