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알츠하이머, 비만, 유전자세포치료제(CGT)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부터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바이오 투자 시장이 회복할 것입니다. 5~8년 후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는 바이오 기업 가치가 가장 낮은 올해가 바로 투자의 최적기입니다."
이승호(사진)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1일 서울경제와 만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위기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가 메마른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제약·바이오 부문의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한 '거품'을 모두 반납하며 3년 전 원점으로 돌아왔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성장 펀더멘탈(기초 체력)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미래 성장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투자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설립된 데일리파트너스는 현재 30개 펀드를 통해 3913억 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에만 투자하는 전문 VC로 국내 VC 중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한국투자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 이어 ‘톱 3’로 꼽힌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를 필두로 한 비만치료제,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속 승인받은 '레카네맙'을 포함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을 언급하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CGT 분야는 최근 임상 시험 증가 추세를 볼 때, 25년 전 등장해 현재는 전체 의약품 시장의 12.2%를 차지하고 있는 항체치료제의 성장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시킨 메신저 리보핵산(mRNA) 개발까지 더하면 CGT의 성장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도 이같은 글로벌 트랜드에 맞춰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모태펀드와 결성한 500억 원 규모의 '데일리 크릭 바이오 헬스케어 펀드’는 올해 본격 투자에 돌입한다. 이 대표는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기술 이전·공동연구·인수합병(M&A)에 관심을 가질 CGT, 알츠하이머, 약물전달시스템(DDS) 등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펀드가 만료되는 8년 후에는 저점인 지금과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의 바이오 투자 축소 흐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데일리파트너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데, 결국 자금 회수가 잘 이뤄져야 펀드가 선순환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이오 투자가 경색된 상황에서 모태펀드 예산이 40%나 줄어들며 민간 펀드와의 매칭도 어려워졌는데, 약한 고리인 벤처기업부터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정책 자금을 늘리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