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핵무기 전략과 정책을 소개하는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를 한국어로 번역해 31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담은 NPR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 시기에 맞춰 한국어로 공개된 것을 두고 미국의 핵우산을 불안해 하는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2022 NPR을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추가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NPR은 미국 핵 정책에 대한 포괄적이며 균형 잡힌 접근을 나타낸다. 안전하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핵 억제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가 NPR 한국어 번역본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10월 NPR 발표 이후 4개월 만이다. 국방부는 직전 보고서인 2018년판에서 한국어 요약본을 제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NPR 전체를 번역했다. 2018년 요약본은 21쪽이었지만 이번 전체 번역본은 42쪽이다.
NPR은 북한과 중국 등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는 세력을 기술하고 이들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핵 전략을 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NPR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다.
또 “지역 내 핵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폭격기, 이중용도전투기와 핵무기를 비롯한 유연한 핵전력을 지역·세계에 계속 배치할 것"이라며 전략자산을 통한 확장억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내용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핵무장론’까지 불거지는 한국 내 강경한 목소리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조태용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올해) 미국과 무엇보다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내달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 등이 양국 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또 북한이 오는 4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근거로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