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中 부자의 대탈출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직후 외자 촉진을 위한 15개 항의 정책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당시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외국 자본의 ‘차이나 런(중국 회피)’ 현상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내부에서 더 컸다. 특히 중국 부자들은 시 주석이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를 내건 후 세금 폭탄을 맞을까 두려워하던 차에 시 주석의 3연임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대탈출에 나섰다.

관련기사



상당수 부유층은 중국을 벗어나 거액의 자산을 보호해줄 피난처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싱가포르에서 슈퍼리치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가 2021년 700여 개로 전년 대비 300여 개 늘었고 지난해와 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지 기업이나 패밀리오피스에 250만 싱가포르달러(약 23억 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에게 영주권 신청 기회를 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이주한 중국 부유층은 1만 800명으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들이 대탈출에 나선 데는 신변의 안전 문제도 작용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가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충격적이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상하이시를 전면 봉쇄해 애꿎은 사망자가 속출한 것도 대단한 위협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두뇌 유출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유학생들이 고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 귀국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에서는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매년 약 1500억 달러(약 184조 원)의 자본 유출을 겪었다고 한다. 인구 감소 속에 부자들의 대탈출까지 가속화하면 자본 유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본과 두뇌가 빠져나가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체제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