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위탁개발생산(CDMO) 부지로 국내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청(IFEZ)을 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 등 국내를 대표하는 CDMO 기업들이 몰려 있어 해외 영업 등에서 시너지가 기대되고 수도권이어서 인재 확보가 유리한 데다 공항·항만 등이 인접해 운송비 부담이 적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인천 송도를 비롯해 충북 오송, 경기 광명 등 여러 지역을 신공장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결국 인천 송도를 선택했다.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이 이미 공장을 운영하면서 확장하고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내년까지 연구·공정개발(R&PD) 센터를 완공하고 본사를 판교에서 송도로 옮길 예정이다. 각 지자체들이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으며 바이오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표 기업들은 대부분 송도에 몰린 상황이다.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물론 국내 기업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송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대부분 입주해 바이오 산업 클러스터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롯데라는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우는데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는 수도권인 데다 주거 기반 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바이오 인재 수급이 원활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재 60만 4000ℓ 규모로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4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점을 고려하면 총 36만 ℓ 규모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4년까지 적어도 2000명 이상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송도에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몰려 있다는 점도 미래에 인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신공장을 송도에 건설하기로 결정한 데는 정부와 유관 기관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있었다. IFEZ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및 ‘경제자유구역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외 기업이 10% 이상의 자본을 출자해야 한다. 삼성도 2011년 당시 글로벌 임상수탁기관(CRO)인 퀸타일즈와 3000억 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으로 투자 유치에 애를 먹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섰다. 산업부는 일본 롯데가 투자한 지분도 해외 기업 투자에 따른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유권 해석을 내려 결정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송도 IFEZ의 전력 부족 문제였다. 이번에는 한국전력공사가 나서 전력 지원을 약속해 이 문제도 해결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일본 롯데뿐만 아니라 외국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면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 캠퍼스’를 임상부터 상업화와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로 구축해 제약·바이오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34년까지 총 36만 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춰 완전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연간 매출액 3조~4조 원, 영업이익률 35%를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