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초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자리한 LG전자 공장을 제조업을 선도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WEF는 2018년부터 전 세계에서 첨단 기술을 도입한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씩 등대공장을 선발하는데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 앞에는 5.5㎞ 구간의 ‘LG 하이웨이’가 쭉 뻗어 있다. 2018년 LG전자의 클라크스빌 공장 가동을 기념해 테네시 주정부가 붙여준 도로명이다.
미국 텍사스주에는 ‘삼성 하이웨이’가 생겼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최근 빌 그라벨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장으로부터 ‘삼성 고속도로(Samsung Highway)’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을 선물 받았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향후 공장 운영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삼성과 텍사스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시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마련할 때 텍사스 주지사였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했고 오스틴시는 공장 앞 도로 이름을 ‘삼성로’라고 지어줬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장서 글로벌 기업들을 극진히 예우하며 투자를 독려하고 주정부도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제시하며 기업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은 총통부터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까지 ‘원팀’을 꾸려 전략산업에 필요한 토지·용수·전력 공급과 인재 육성 지원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각종 규제에다 지자체 민원까지 해결하느라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지으려면 7~8년은 족히 걸린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등이 힘을 모아 물심양면 지원해도 기업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외려 발목을 잡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지자체가 해외 기업에 도로명을 헌사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며 구애하는 이유를 곱씹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