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5년 간 매입임대주택 2만 6000호를 매입하는 데 5조 800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H가 집값이 폭등하던 지난 5년 간 매입임대를 급격하게 늘린 데다 공시가격보다 비싼 시세대로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LH 매입임대 서울·경기 지역 2만 6188세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LH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의 유형별 현황을 분석했다.
경실련은 “LH가 작년 12월 경 서울 강북구 미분양 아파트 36가구를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해당 아파트가 준공 후에도 미분양됐을 만큼 외면받은 주택임이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면서 “매임임대주택은 거액의 세금이 투여되는 사업인 만큼 매입금액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LH는 2만 6188호의 주택을 매입했으며, 매입 금액은 총 5조 8038억 원이다. 연도별 매입임대 현황은 △2016년 3700억 원(2318호) △2017년 5165억 원(2952호) △2018년 1조 45억 원(4866호) △2019년 2조 1691억 원(9214호) △2020년 1조 7438억 원(6383호) 등이다. 이중 2018년과 2019년에는 매입임대 규모가 2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매입임대주택 매입금액은 5배 가량 늘었고 주택 매입호수는 3배 가량 증가했다. 경실련은 “집값 폭등 시기에 LH가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LH의 매입임대주택 매입가격은 공시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LH는 지난 5년 간 주택 2만 6188호를 매입했으며 매입금액은 총 5조 8038억 원이다”라며 “평균 호당 가격은 2.4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호당 공시가격은 1.7억 원, 공시가격 시세반영율은 69%였다. 경실련은 “LH가 공시가격보다 비싼 시세대로 지불하고 주택을 매입했음을 재확인시켜준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이 얼마나 비싼 금액에 매입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건설원가와 비교했다. 매입임대 아파트의 전용면적 1㎡당 가격은 742만 원, 매입임대 다세대 등의 가격은 642만 원이었다. 59㎡ 주택 1호를 매입할 경우 아파트는 4.4억 원, 다세대는 3.8억 원이 필요하다.
반면 세곡2-1단지 1호를 짓는 건설원가는 2.6억 원이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 아파트의 경우 1.8억 원, 다세대는 1.2억 원 정도의 세금낭비가 발생한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한 번에 건물을 통으로 매입하며 600억 원 가량을 들인 경우도 있었다. 경실련이 분석한 ‘100억 원 이상 주택 매입 사례’에 따르면 LH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도시생활형 주택 매입에 615억 원(149호)을 들였다. 다음으로 매입 금액이 큰 건은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 443억 원(153호), 수원시 금곡동 오피스텔 419억 원(180호), 서울 강남구 세곡동 오피스텔 343억 원(84호) 등이다.
LH가 100억 원 이상을 들여 매입한 사례는 총 83건 5556호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매입에 든 비용은 총 1조 4578억 원이다. 이 중 다세대 등이 47건, 아파트 14건, 오피스텔 21건 등이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할 것 △매입임대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감사원은 매입임대 주택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경실련은 “원희룡 장관의 말처럼 ‘내 돈이었으면 과연 이 가격에 샀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입임대 주택 정책이 무주택 서민과 국민의 편익을 위한 정책으로 거듭날 때까지 제도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