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고가선박 선별 수주→ 선가 상승…한화發 '메기효과' 시작됐다

[새판 짜는 K조선]

■한화가 인수 예정인 대우조선 '이익중심 경영' 닻 올려

대우조선 "기술경쟁력 승부"…올 목표량 22% 줄여

'실리주의 전략' 반영, 저가수주 관행 고질병 끊어

한국조선·삼성重도 물량 조절…업계 생태계 대전환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을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저가 수주 대신 고가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돌아서자 국내 조선 업계는 “올해 본격적인 수익성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거 산업은행의 우산 아래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에 기대 저가 수주를 주도해왔던 대우조선이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일각에서는 ‘격세지감’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009540)삼성중공업(010140) 등 다른 조선사도 올해부터는 ‘과거와 같은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국내 조선 업계에 저가 수주의 고질병이 사라지고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공정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보다 더 보수적인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초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라는 경영 목표를 세웠다. 올해 수주 목표도 69억 달러(약 8조 7000억 원)로 전년 대비 22% 줄였다. 수주 목표를 20% 이상 낮춘 것은 고수익 선박 중심으로 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인수할 예정인 대우조선이 기존의 저가 수주 관행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로 수주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우조선은 산은 체제 아래에서 악명이 높았다. 저가 수주를 반복하며 조선업 전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업계의 원망을 샀기 때문이다. 산은의 대대적인 자금 수혈이 담보되다 보니 당장 일감을 받고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실제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대우조선은 수주 잔량 세계 1위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선업 치킨게임 당시에는 고정비 등이 크기 때문에 일단 수주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며 “수주가 목표이다 보니 생산 원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입찰에 참여하며 지나친 출혈경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저가 수주 경쟁에 2015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은 현재 선가보다 30%가량 낮았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조선 시황 반등과 한화그룹 인수 발표 이후 변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민간기업인 한화로 넘어가기에 앞서 철저하게 이익 중심 경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와 산은이 대우조선을 민간기업인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가 뿌리 깊게 박혀 있던 국내 조선 업계의 관행을 깨뜨리는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는 한화로 인수될 대우조선의 ‘선별 수주→선가 상승→이익 증가의 선순환’ 수주 전략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기선 HD현대 사장 역시 올 초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조선 업계의 적자 수주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강화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수주가 대폭 증가하며 2026년 인도분까지 슬롯이 거의 찼다. 특히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올해도 이어지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른 노후 선박 교체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조선사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리 확보해놓은 일감이 많아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는 데도 부담이 작다는 얘기다.

글로벌 선가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30.5였던 선가지수는 올 1월 162.5로 24% 증가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글로벌 선사들과 진행하던 수주 협상도 최근 잠시 미루는 등 새해 이후 한 달 반 가까이 ‘수주 0척’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수주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조선사들도 올해부터 ‘저가 수주를 지양하겠다’며 수주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1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줄였고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보다 소폭(1억 달러) 높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소들은 인력 부족 문제가 심하기는 하지만 각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에 이어 메탄올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술력이 높은 한국 조선소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최근 중국 조선사들이 저가 수주 공세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국면에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과거처럼 국내 조선사들이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면 저가 수주의 수렁에 빠질 수 있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를 유지하고 있다. 저가 수주를 주도하는 조선사가 사라진 결과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화가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방산 부문 시장을 넓혀나가면서 기존의 상선 사업 비중을 줄이게 되면 경쟁 강도를 일정 부분 낮춰줄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조선 3사의 수주 물량도 늘어난 상황이어서 기존과 같은 저가 수주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유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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