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관치금융'의 모호한 경계





올해 금융감독원의 업무계획 발표는 다소 특별했다. 그간 부원장 등 임원급이 발표를 맡았지만 올해는 원장이 직접 나섰다. 계획 소개와 신년 기자 간담회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올해 업무계획에는 이전과 달리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사외이사제도 개편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겼다. 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쇄도했다. 결국 업무계획 발표 자리는 당국이 올해 더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당국의 개입 의지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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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보며 최근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신(新)관치’라는 말이 떠올랐다. 당국은 금융지주가 ‘주인 없는 회사’이고 은행은 공공재여서 정부의 관심은 당연하다고 한다. 또 ‘거수기’가 된 이사회 제도 운영과 불투명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등을 개선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당국이 대표적으로 제시한 ‘이사회 정례 만남’은 오히려 부작용만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정기 만남 자체가 오히려 편하게 ‘관치’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이 만남과 금융기관의 CEO 선임 시기가 맞물릴 경우 CEO 후보는 대화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자리에서 금감원장이 의견이라도 말하면 금융사는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금융 당국은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행보는 금융사 지배구조를 바꾸는 데만 매몰돼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공공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지금 금융 당국은 한 발 잘못 옮기면 ‘관치’로 불러도 무방한 불안하고 모호한 경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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