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미국 지방 유권자들의 오해와 진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압도적 정책 자금 수혜 받고도

"지방무시" 착각에 극단 우경화

복지 줄이려는 공화당 지지는

스스로 발등에 도끼질 하는 셈





우익 극단주의를 떠받치는 지방 유권자들의 분노가 미국 정치판의 중요 화두로 자리 잡았다. 지방 유권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은 없는 걸까.



대답은 다음의 두 가지 사항에 달려 있다. 첫 번째는 지방이 생활 수준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를 부활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두 번째는 정치인들이 이룬 성과를 지역 주민들이 정당하게 평가할지 여부다.

워싱턴포스트의 토머스 B 에드살은 지방 유권자들의 공화당 쏠림 현상을 다룬 리서치 결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필자는 특히 그가 요약한 캐서린 J 크래머의 연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 크래머는 지방 주민들의 분노가 정책 결정자들의 지역 차별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한다. 도시인들에 비해 정당한 몫의 자원을 분배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는 인식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뉴딜 이후 미국의 농촌은 정책 결정자들로부터 줄곧 특별 대우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시절 전체 농가 소득의 40%를 차지할 만큼 부풀어 오른 정부 보조금이 전부가 아니다. 농촌 지역은 주택, 유틸리티와 비즈니스 전반에 정부 지원을 제공하는 특별 프로그램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자원 측면에서도 주요 연방 프로그램 수령자는 지방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를 수령하는 현지 노인 인구의 비중이 도시 지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저소득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식비 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를 종종 ‘웰페어’로 낮춰 부르지만 지방 주민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푸드스탬프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지방은 도시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을뿐더러 주민 1인당 연방세 납부액 역시 훨씬 적기 때문에 주요 대도시에서 농촌 지역으로 막대한 자금이 연방 보조금의 형태로 흘러들어 간다. 지방정부와 이른바 의료케어 및 공공 사회 서비스 분야에 고용된 인력은 농업에 종사하는 인력보다 많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농촌이 멸시를 받는다는 인식은 어떤가. 사실 많은 사람이 자신과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상대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판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지방의 정치인들이 대도시와 도시인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면서 표를 끌어모으는 것은 괜찮지만 도시의 정치인들에게 반대의 경우는 용인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상원 선거에 출마한 J D 밴스는 “뉴욕이 메스껍고 폭력적인 도시라는 말을 들었다”는 트윗을 남겼다. 척 슈머가 오하이오에 관해 농담으로나마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지방 주민들의 불만에 대한 그럴듯한 표면상의 합리화는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허점투성이지만 그렇다고 지방의 상황이 다 좋다는 뜻은 아니다. 변화하는 경제는 대학 교육을 받은 고학력 노동 인력이 풍부한 대도시를 소도시보다 선호한다. 반면 농촌은 취업 연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년층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한창 일할 근로 연령대에 속한 지방 남성은 대도시 남성에 비해 직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지방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역설적으로 대다수 지방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책 어젠다에는 그들이 크게 의존하는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 축소가 포함돼 있다. 스스로의 발등에 도끼질을 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두려워 말고 이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지방의 불만을 진정시킬 실질적이고도 긍정적인 어젠다가 있는 걸까. 워싱턴포스트의 그레그 사전트는 기후변화 대응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한 기반 시설 지출 법안의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농촌 지역과 소도시의 블루칼라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테면 이 법은 지역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춘 ‘장소에 기반한 산업 정책’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 해소가 과연 가능할까. 미국의 농촌을 공동화한 경제적 요인들은 뿌리가 깊고 뽑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설사 이런 정책들이 지방의 상황을 개선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합당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지방의 쇠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진짜 개인적 바람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미국 내륙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가 현지 유권자들의 정치적 급진화를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