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출산하자마자 세상을 떠나고,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탓에 법적 친부마저 외면한 ‘비운의 아기’에 대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0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의 친모는 출산 중 혈전으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해 12월 7일 숨을 거뒀다.
병원 측은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도 넘었는데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고, 아빠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아기는 아동학대피해쉼터로 보내졌다.
아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천애고아가 됐지만, 쉼터에서 건강 문제 없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예방접종도 맞았고, 쉼터에서 잘 케어받고 있다”고 전했다.
출산 당시 아기의 엄마와 아빠 A씨는 별거하며 이혼 소송 중이었다. 아기는 A씨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부부의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는 A씨가 민법상 친부이지만, A씨는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시는 A씨의 기막힌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법률상 친부인 그에게 공문을 보내 출생신고를 안내했고, 일단 출생신고부터 한 뒤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하라고 설득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이 생부가 아닌 것을 확인한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아기의 아버지로 이름 올리는 것을 몹시 꺼렸다. 이뿐 아니라 소송 비용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아기의 출생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달 5일 아기에게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책정했다.
시 관계자는 “출생신고를 해야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옮겨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친생부인의 소(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률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