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여파 등으로 대학 재정난이 가속화 하고 있다. 고등교육 혁신 방향은.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인구학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망하는’ 상태다. 2040년에는 140곳이 넘는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하다. 대부분의 문을 닫는 대학은 지방이 될 것이다. 지역 양극화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를 넘어 생존의 갈림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구 급감, 지방 소멸이 온다면 국가는 결국 인적 자본의 생산성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지식 산업·경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이 고도화 돼야 하며 대학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샌디에이고, 오스틴 등 미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선 그 지역에 세계적인 대학이 있어야 한다. 2차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에선 우리가 늦었다. 지식 경제 중심의 글로벌 구조를 또 다시 따라가지 않는다면 인구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망할’ 수 밖에 없다.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지역 마다 서울대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을 키우려는 정부의 ‘문샷(Moonshot·야심차고 혁신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교육의 기본적인 기능 중에 하나가 인력을 능력과 적성에 맞게 재배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이 특성화·다양화 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 서열화와 같은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부산대와 서울대의 기능과 역할, 특성이 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서울대부터 지방에 소규모 대학까지 운영 형태나 인력 양성 내용과 방식, 학과 편제까지도 다 똑같다. 국·사립을 막론하고 다 똑같다. 사립대도, 국립대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아이비리그 대학과 주립대는 워낙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돼 있지 않다. 핵심은 대학이 알아서 특성화, 다양화 하도록 정부는 지원만 해 줘야 한다. 국가가 주도해 손을 대면 표준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이제는 단순히 재정 지원만으로 대학들을 살리겠다고 접근해선 안될 것 같다. 다양한 교육 현안들을 파고 들어가 보면 결국 대학 서열 문제가 나온다. 이 문제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인구가 급감하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고 한다. 정부 정책 방향을 보면 초·중등 교육은 오히려 교육부가 권한을 많이 가져가고 고등 교육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권한들을 넘겨주고 있는 모양새다. 오히려 고등교육 문제는 국가가 나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됐든 ‘대학 네트워크’가 됐든 조금 더 큰 로드맵 안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국가가 책임지고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서라도 풀어야 할 문제를 지자체에 대학 설폐 기능을 포함해 권한들을 너무 쉽게 이양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 문제는 풀지 못하고 또 그냥 시간 지나가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김 교수=정부가 최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를 발표했는데, 결국 지난 20년간 계속 해봤지만 결국 실패한 지역혁신체제(RIS)를 또 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과거 미국 역시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질 낮은 대학들이 만들어졌다. 미국이 질서를 잡을 수 있던 것은 연구 중심 대학을 전국에 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권한을 지자체에 줘버리면 완전히 중구난방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엉망진창인데 더 엉망진창으로 갈 수 있다. 만약 해당 지자체가 정말 잘 해서 미국의 지방 정부처럼 세계적인 대학을 키운다면 다행이겠지만 정부가 RISE에서 ‘글로컬’ 대학을 키우겠다며 투입하는 연 200억 원 수준의 재정으로는 세계적 대학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서울대가 연간 예산 1조5000억원이다. 연 200억 원으로는 세계적 대학을 키우기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박 교수=우리나라 대학 생태구조를 보면 미국하고 완전히 다르다. 대학들의 재정 자립도가 너무 낮다. 그 이면에는 대학들이 대학 등록금 의존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 있다. 지금 재정이 가장 좋다는 연세대가 학생 등록금 의존율이 65%가량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15년째 등록금은 동결됐다. 역대 정부가 등록금 동결 정책 기조를 이어왔던 것은 사실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 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수 인력 양성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지금 말하고 있다. 모순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 재정을 투입해 메꾸려고 하는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신설되면서 지방재정교육교부금에서 1조 5000억 원이 들어왔지만 고등교육 재정 전체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이 장학금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그 돈을 학생이 가지고 오든 정부가 주든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정부가 대학의 발전, 고등교육 생태계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인력 양성 맥락에서 대학은 정부로부터 벗어나게끔 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교가 자기 책임성과 철학에 맞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정부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 교수=대학이 자기 책임성과 철학에 맞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구조 개혁도 그런 방향으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다양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대 통폐합을 허용해 주고 사립과 국립 통폐합, 사립의 공립화, 나아가 유치원을 만들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한계 대학들이 처해 있는 지역 여건이나 교육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법제화가 필요하며 구조조정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국고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시중은행 통폐합에 당시 금액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했듯 대학 통폐합에도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김 교수=동의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글로컬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점수 배당에서 통폐합을 추진하는 대학에 집중적으로 배점을 높여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폐합을 추진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사립대든 국립대든 배점을 높여 구조조정이 스스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박 교수=정원 중심의 규제 또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정원을 통해 대학의 질 관리를 해왔는데 이제 정원이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다. 사후 질 관리로 가야 한다. 양성된 인력이 사회로부터 어느 수준으로 평가받고 산업체로부터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지를 지표화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