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수월성과 평등성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됐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정책으로 공교육에서 최소한 지켜줘야 하는 기초학력마저 사교육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서울경제가 이달 9일 개최한 교육개혁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역대 정부가 교육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학생들의 기초학력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은 일관된 정책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뒤처진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다시 놓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신선한 것 같아 보여도 과거 정책을 반복·답습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수월성과 평등성 사이에서 교육정책이 왔다갔다하면서 급기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단 시스템을 보다 고도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국가가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 보정 시스템을 활용하는 학교가 30%도 채 안 된다”면서 “기초학력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교육청에 있는 학습 클리닉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인구 감소 시대에 기초학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도 “학교 단위에서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학습 방법을 상담·지도하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초학력 문제를 비롯해 교육정책이 보다 정교하게 수립·실행되려면 통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 대표는 “십수 년 전에 중학교 중간·기말고사에서 수학 점수가 50점도 안 되는 학생이 70~80%라는 사실을 접하고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의 현실과 문제점에 접근하고 이를 토대로 해법을 모색해야 교육 양극화 등 여러 난제들을 푸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절벽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시스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면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사람을 찍어내는 ‘공장형 학교' 모델을 '개인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령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은 큰 위협이지만 그만큼 인적 자본 생산 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며 “학급당 학생 수가 15~20명 정도 됐으니 학생의 특성에 따라 개인화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