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대형 공모주 잔혹사…오아시스도 상장 철회

고평가·구주 매출 등 부담 커져

기관투자가 응찰 눈높이 못 맞춰

컬리·현대삼호重·케이뱅크 이어

'조 단위' 대어 올 4번째 IPO 포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올해 첫 ‘조 원 단위’ 대어로 꼽힌 오아시스가 고평가 논란 속에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컬리·현대삼호중공업·케이뱅크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IPO를 중단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대형 공모주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이날 개최한 이사회에서 상장 절차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7~8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회사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들이 나오면서 IPO를 미루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예상 몸값이 1조 원 이상 거론되던 회사 중 올해 IPO 중단을 선언한 곳은 컬리·현대삼호중공업·케이뱅크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네 곳으로 늘어났다. 오아시스는 목표 시가총액을 최대 1조 2500억 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IPO 시장이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인해 위축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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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는 e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IPO에 도전했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9% 증가한 3118억 원, 순이익은 42.6% 늘어난 3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아시스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투자가 상당수가 2만 원 안팎에서 공모가를 써냈다. 회사 측이 밝힌 희망 공모가(3만 500~3만 9500원)보다 30% 이상 낮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 원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 기관투자가는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최대주주 측 구주매출 비중도 30%로 크고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호예수에 비우호적이라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 경영진은 이사회 전까지도 IPO 완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유니슨캐피탈 등 FI들이 희망가보다 공모가를 낮춰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IPO를 미루기로 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21년 7월 오아시스에 5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약 7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책정해 공모가를 대폭 낮출 경우 평가손실이 불가피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수요예측 부진이 최근의 ‘대형 공모주 기피’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록 올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7곳 중 4곳이 첫날 ‘따상’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상장 직후 물량 부담이 덜한 소형주였다. IPO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평가하려면 오아시스같은 대형주의 공모 흥행이 뒷받침될 필요성이 컸다.

IPO 시장에서 ‘성장주’를 회피하는 현상도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오아시스는 쿠팡 등 e커머스 업체 네 곳의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V/SALES)를 바탕으로 몸값을 산정했다. 하지만 한 IB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고금리 여건에서 매출 성장성을 강조하는 EV/SALES를 쓴 것은 고평가 논란을 가져오기 쉬웠다”고 말했다. 더구나 오아시스처럼 신산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적정 비교 기업을 선정하기도 쉽지 않아 최근처럼 기업가치 평가에 민감한 장세에서는 IPO에 성공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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