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약자와 동행 나선 吳…"안심소득 플랜B, 무담보 소액대출 검토"

오세훈 시장-노벨평화상 유누스 대담

吳 "안심소득 뜻대로 안 될 경우

'방글라 그라민 은행' 모델로 보완"

유누스 "빈곤, 시스템때문에 발생

정부 지원 등 다양한 접근 필요"

각자 자신의 저서에 서명·교환도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심소득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플랜B(다른 대안)’를 고민 중입니다. 무함마드 유누스 의장님이 성공을 거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 대출)와 같은 새로운 실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무함마드 유누스 유누스재단 의장과의 대담에서 안심소득에 이은 새로운 복지 제도로 ‘무담보 소액 대출’ 도입 의지를 밝혔다.

유누스 의장은 방글라데시에서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를 도입해 1984년 그라민은행을 설립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유누스 의장은 서울시가 1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하는 ‘서울 도시경쟁력 글로벌 포럼’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오 시장은 민선 8기의 중점 과제로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우며 복지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 제도인 안심소득, 취약 계층 청소년을 위한 교육 ‘서울런’ 등이 대표적이다.

안심소득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소득 보장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해 안심소득 시범 사업에 참여할 기준중위소득이 50% 이하면서 재산이 3억 2600만 원 이하인 500가구를 처음 모집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기준중위소득이 50% 초과~85% 이하면서 재산은 동일한 조건의 1100가구를 모집해 2025년까지 지원한 후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이 현 기초 수급 제도와 차상위 계층 혜택을 받는 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것 외에 민관이 협력해 무담보 대출을 해줘 그분들이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위소득 50% 아래, 기존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또 다른 실험을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여러 비교 실험을 통해 어떤 것이 더욱 의욕과 동기를 부여하는지를 검증해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숙성시킨 뒤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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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누스 의장은 서울시의 주요 복지 정책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빈곤은 시스템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의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기본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젊은이들이 기업가정신을 살리려면 어떻게든 금융이 있어야 한다. 금융은 산소”라며 “정부 지원과 무담보 소액 대출 등 금융 제도를 1·2단계로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13일 오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책을 교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13일 오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책을 교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출생에 따라 빈부가 결정되는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분배를 목표로 삼고 있는 사회적 사업을 의료·스포츠와 같은 여러 분야에 접목하면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올림픽도 사회적 기업가를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올림픽은 사회적 수익으로 환원될지 여부에 따라 투자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사회적 사업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누스 의장은 파리 올림픽에 대한 이 같은 사회적 사업 접목 방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안해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런에 대해서도 “2단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개선 구상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교과과정에 대한 학원 프로그램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병행해 학습 욕구를 자극하고 계층 이동 사다리를 통해 큰 인생의 변화를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누스 의장은 “교육 영역을 건드린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며 “단순히 좋은 직장인이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교육을 받아 기업가정신을 키울 기회를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사회적 사업과 함께 자신의 철학인 ‘빈곤, 실업, 탄소 배출 없는 사회(3zeroes)’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은 뛰어난 기술이 있기 때문에 방글라데시보다 이러한 사회를 더 잘 구현할 수 있고 서울은 대표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담이 시작되기 전에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저서에 서명하고 교환했다. 유누스 의장은 2017년 출판된 ‘빈곤, 실업, 탄소 배출이 없는 새로운 경제학, 세 가지 ‘0’의 세계(A World of Three Zeroes)’를 오 시장에게 선물했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의 주요 현안과 해결 방법을 담은 내용으로 2019년 발간된 ‘미래’를 유누스 의장에게 선물했다.

유누스 의장은 ‘디지털로 동행하는 매력 도시 서울’을 주제로 진행될 서울 도시경쟁력 글로벌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사람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도시의 개념과 기술 발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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