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노총인 한국노총이 올해 임금 인상요구율을 9.1%로 5년 만에 최고치로 결정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사업장마다 갈등이 우려된다.
한국노총은 1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9.1%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 요구안은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임금 교섭 때 쓰는 기준이다. 한국노총은 조합원 수 123만8000명으로 제 1노총이다.
올해 제시된 9.1%는 월 정액 임금 기준으로 34만8483원이다. 한국노총은 2018년 9.2%를 결정한 이후 2019년 7.5%, 2020년 7.9%, 2021년 6.8%, 지난해 8.5%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
한국노총은 올해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장전망률 전망치 1.6%,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3.5%, 실질임금 보전분 4%를 고려했다. 한국노총 측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물가폭등과 내수침체·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금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노동자의 가구 생계비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우려는 근로자의 상황이 나빠진만큼 기업들도 경영 악화 탓에 임금인상 지급 여력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1월 758개 개업을 대상으로 경기 전망을 설문한 결과 35%는 올해 경영 실적이 작년 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금 인상폭은 늘 근로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노사 갈등 요인이다. 지난해 한국노총은 임금인상 요구율을 8.5%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294개 단위노조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타결된 임금 인상폭은 4.3%로 절반 수준이다. 해당 사업장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의 중점 사안을 물은 결과 임금인상을 답한 비율이 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온건 노조로 평가받는 한국노총이 현 정부 들어 대정부 투쟁을 강하게 경고하는 점도 올해 임단협의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