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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기회’ 노리는 PE, 자금 및 인재 확보 총력

늘어나는 PE, 우수인재 영입을 위한 경쟁 가속화

사진= 스카우트파트너스 유리나 상무사진= 스카우트파트너스 유리나 상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미국 기업들의 ‘비상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직원 절반을 해고한 트위터를 시작으로 메타, 아마존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알파벳, 델 테크놀로지 등도 인력 감축에 나섰으며 최근 디즈니까지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국내 상황도 좋지 못하다. 주요 기업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인수합병(M&A) 등 무리한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4분기 영업손실이 큰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이나 부동산 매각까지 준비 중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IPO 시장은 충격이 더하다. 투자금이 확 끊기면서 신규 스타트업은 물론 얼마 전까지 잘나갔던 ‘간판 스타트업’들까지 휘청거리고 있으며 IPO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어’들은 연달아 상장을 철회하거나 3분기 이후로 기회를 미룬 상황이다.


얼어붙은 자본시장에서 기회를 찾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업계도 있다. 바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이하 PE)이다. 이들도 고금리 시장은 자금 조달 과정의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지만 오랫동안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며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 온 정상급 하우스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시기가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한다. 그동안 잔뜩 몸집이 부풀려진 기업들의 거품이 빠지고 어느 정도 옥석이 가려지면 ‘알짜’ 기업들이 나타나고 이는 PE 입장에서 군침이 도는 매물이기 때문.

커리어 전문가 그룹 스카우트파트너스에서 PETA(Private Equity Talent Acquisition) Head로써 팀을 이끌고 있는 유리나 상무는 “이미 한국은 매력적인 PE 시장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대규모 딜은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자금 모집이 어려운 신규 하우스들은 걱정이 크지만 국내외 정상급 하우스들의 경우 작년부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체계적으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를 관리했으며 현재 적당한 딜 추진을 계획 중이다”고 올해 PE 시장을 전망했다.

탑 PE들은 최근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동북아 최대 하우스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3D 구강 스캐너 제조 업체 메디트 지분에 대한 2조46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시작으로 현재 유니슨캐피탈(UCK)과 컨소시엄을 이뤄 아시아 1위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고 있다. 또한 오는 4월까지 일본의 노인요양 서비스 업체 유니매트 경영권을 3억달러(3677억) 수준에서 인수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모습은 글로벌 대표 PE들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세계 1위 블랙스톤이 한국시장에 재진출했으며 미국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폴로)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EQT파트너스 등 다수 글로벌 PE들이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최근 잇따라 전해진 국내 법인 대표들의 승진 소식은 높아진 한국 시장의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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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와 머서 코리아 출신의 인사 전문가로 최근 PETA팀에 합류한 정유록 상무는 국내 PE 시장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조 단위가 넘는 빅딜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 규모, 달러의 강세, 미중간의 갈등으로 인한 자본의 탈 중국화, 반도체와 IT를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 기술 보유, PE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자세 등을 꼽았다.

정 상무는 “대형 하우스들이 올해 1조 원 넘는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활발히 준비 중이며 기존 결성된 펀드의 미소진 자금도 상당 수 남아있기 때문에 좋은 매물만 나온다면 다수 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늘어가는 하우스만큼 인재 확보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대표적인 토종 하우스로 알려진 A사 한 임원은 “소수로 운영되는 PE 조직 특성상 인력 한명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일반 기업과 차원이 다르다”며 “당장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급 하우스는 보통 인턴이나 신입을 받지 않고 내부 추천이나 헤드헌팅을 통해 딜 경험을 갖춘 최상위 스펙의 인재를 스카우트한다. 당연히 기본 연봉이나 성과를 통한 보상 등 대우도 최고 수준이다. 하우스마다 차이는 크지만 투자자금 회수(EXIT)를 통한 성과금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에 발을 내딛은 주니어급 인력들 중 유명 하우스를 최종 목표로 삼는 이들도 많다.

유리나 상무는 “인재 영입을 위해 내부 추천도 하지만 자체 리쿠르팅보다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아온 헤드헌터에게 헤드헌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수의 인원으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PE 특성상 최상의 스펙이나 경력은 베이스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각 PE마다 추구하는 가치나 스타일에는 차이가 있지만 핵심인재를 활용해 경제적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P&L을 관리하고 가치창출 하려는 목적은 동일하다”며 “이 과정에서 팀워크가 매우 중시되기 때문에 인재 확보에서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 및 기존 팀원들과 잘 매칭될 수 있는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헤드헌팅 노하우를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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