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은 우리나라 지반뿐만 아니라 지하수 수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이수형 박사 연구팀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의 본진(규모 7.8)과 여진(규모 7.5) 이후 국내 지하수 관측정 두 곳(문경, 강릉)에서 지하수 수위의 변화를 감지했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문경 관측정에서는 본진 이후 지하수 수위의 7㎝ 상승과 여진에 따른 3㎝ 수위 하강을, 강릉 관측정에서는 본진 후 3㎝의 수위 상승을 탐지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에 의해 지하수가 있는 대수층 주변의 암석들에 압력이 가해지고 대수층에 압축과 팽창이 발생해 지하수 수위는 상승과 하강의 반복현상이 일어난다.
대수층(aquifer)은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으로 모래, 자갈, 실트, 점토 등 공극량이 많은 것으로 구성된다. 모래, 자갈, 사력의 혼합물은 공극의 크기도 커서 지하수가 잘 유동하는 반면에 실트나 점토는 공극의 크기가 작아서 지하수 이동이 어렵다.
문경 관측정에서는 튀르키예 강진의 본진과 여진에 따른 지하수 수위 여파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진-지하수 변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수형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7000㎞ 이상 떨어진 국내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강진(2010년 규모 7.7), 동일본 대지진(2011년, 규모 9.0), 네팔 강진(2015년, 규모 7.8)은 물론 9300㎞ 떨어진 뉴질랜드 강진(2021년 규모 7.8) 당시에도 지하수 수위 변화를 관측, 연구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지하수의 급격한 유동으로 유출과 유입이 불규칙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지하수가 풍부한 대수층이나 방사성폐기물 부지 및 오염 지역 등 지중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지진-지하수 연계 점검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수형 박사는 “이번 관측 연구를 통해 강진이 발생하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지각의 흔들림뿐만 아니라 지하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지진과 연계한 지하수 관측과 분석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보이지 않는 보물인 지하수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원장은 “지진은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다학제적 지진기술을 적용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가 가능하다”며 “지진의 탐지와 고지진 분석, 지표지질탐사, 지하수 수위 변화 등 KIGAM의 지진대비 기술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