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의원이 보좌관의 월급을 직접 챙겨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너는 여기서 보좌관을 할 수 있었겠어?’ 의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죠. 의원이 보좌관을 고용한 건 맞지만, 월급을 주는 건 아닙니다. 제발 이런 착각을 하는 국회의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14일 국회에서 만난 베스트셀러 ‘나는 보좌관이다’의 저자 임현 보좌관(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관계에 대해 소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국회의 내부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이들이라면 국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의원이 아닌 보좌관이라는 말에 누구나 동의를 할 테지만, 정작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임 보좌관은 “보좌관은 작가도, 기자도 아닌데 수십 건의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난생 처음 접하는 종류의 자료 조사에도 뛰어든다.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 묶여 함께 욕을 먹고, 국민들에게 공감이나 동정을 받기도 한다. 집에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바쁘면서도 ‘편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오해도 받는 직업이다.
임 보좌관은 국회 업무를 벤처기업에 비유해 설명했다.
“국회 의원회관은 정치 벤처빌딩과 같습니다. 300명의 벤처기업가가 기업을 대표하고, 그들과 함께 2,700명의 사원이 근무하고 있죠. 벤처기업들은 크게 여당과 야당으로 구분되고 협회 중심으로 기업들을 관리하는 구조에요. 이들 협회 중 100여 개가 넘는 회원사를 관리하는 곳은 두 곳(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교섭단체라 부르죠”
보좌관의 업무는 ‘벽돌 훔쳐 간 사람’을 찾는 일에 비유했다. 아울러 어느 직업보다 사명감과 자기 절제가 요구되는 직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을 도와 ‘벽돌 훔쳐 간 사람’을 찾는 직업이에요.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이나 예산편성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파헤치죠. 사업에 문제가 없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기도 합니다. 기존 사업의 경우에는 그동안 지속해서 해 왔던 사업이라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되지만, 신규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측하고, 의문이 가는 것은 꼼꼼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소한 것부터 막지 못하면 더 큰 손해를 입기 때문에 보좌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임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힘을 활용해 호가호위하려는 행태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의 주요 정책과 예산을 놓고 창과 방패가 되고, 때로는 함께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로서 국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보좌관들은 단순한 직업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의원실 업무는 결국 보좌관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혹시라도 의원실을 움직이는 핵심인력, 보좌관들이 그 힘을 이용해 다른 생각을 하면 반드시 사단이 납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하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그 힘이 막강합니다. 자연스럽게 의원실 보좌진들의 위세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동년배의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력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힘이 아니라 국회의원실이라는 배경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몇 해 전 JTBC 드라마 ‘보좌관’을 통해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드라마에서 표현한대로 실제 보좌관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일까. 그가 생각하는 보좌관의 정의는 다소 달랐다.
“보좌관이라는 업을 너무 과장해서 표현하기는 했지만, 국회의원을 보좌하면서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 국가의 주요 정책과 60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하는 데 깊숙이 개입하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죠. 다만 보좌관이 세상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요?”
‘나는 보좌관이다’는 저자가 보좌관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담아냈다. 어떻게 보좌관이 되었고 보좌관으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물론 현장에 몸담으며 겪은 정치권의 속사정 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보좌관으로서의 희노애락과 비전도 동시에 풀어냈다.
출간된지 약 1년 만에 국회 관련 종사자에게 필수 입문서로 꼽히게 된 자신의 저서에 대해 임 보좌관은 ‘보좌진으로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자 반성문, 좋은 보좌관이 되기 위한 제안서로 읽혔으면 한다’고 담담하게 소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