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 40%는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대입 정시·수시 비중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대학들의 등록금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해서는 “올해와 내년은 적어도 등록금에 대해 논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며 최소한 내년까지는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4일 세종시 모처에서 진행된 만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부 서울 소재 대학이 ‘정시 40%’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이 부총리는 “정시 40%는 이미 정해진 것이기에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10년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입시가 빠질 수 없고 큰 교육 개혁과 일관되는 입시 설계를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대입 제도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업무로 국교위와 잘 협의해서 10년 계획에 잘 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9년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논술 비중이 높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전형 비중을 40%까지 높일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학종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시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2021학년도 29%였던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2023학년도 기준 40%로 일제히 확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정시 비율 확대를 약속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
대학들의 등록금 규제 완화 목소리에 대해서는 당분간 동결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재정·구조·규제 개혁을 통해 다양하고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재정난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굳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대학과 같이 개혁을 해 나가면서 정말 등록금을 올려야 할 상황인지 기다린 뒤에 다시 한 번 평가를 더 해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 생각한다"며 “올해, 내년은 적어도 등록금 논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지금 발표된 개혁에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간 자격 통합 반대 등 갈등이 예고된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에 대해서는 완수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총리는 “첫 번째 장관 당시 경험을 통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잘못 가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소통으로 최선의 해법을 찾아내는 게 남아 있다. 결국 같이 찾아 나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간의 합의도 원만히 됐다는 점에서 큰 기반이 마련됐다”며 "누리과정도 정말 힘들다는 걸 했다. 10년 동안 진전이 없었는데 다시 변화의 시기가 왔고 구슬을 꿰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원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에 대해서는 “교전원은 교원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기보다는 수급을 맞추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며 “교원이 업그레이드 되고 역할이 바뀌어야 교사 수가 더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전원은 교직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본질로 가까이 갈수록 교사의 역할 등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된다"며 "교실 당 학생 수를 몇 명으로 낮추고 하는 것으로는 국민과 예산당국을 설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대 총장, 전문가들과는 의외로 빨리 합의가 돼 생각보다 시안이 빨리 나올 것 같다. 나오는대로 소통을 시작해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가지고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부총리는 “지금이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다시 업그레이드시키는 시기인 것 같다”며 “취임 100일 동안 일하면서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해주셔서 어떤 면에서 힘이 되고 동시에 우려가 그만큼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마라톤을 100미터 달리듯이 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너무 느리게 걸어와서 너무 뒤쳐졌기 때문에 계속 이 속도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짜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보면 100미터 달리듯이 달린다. 그래야 우승하고 목표도 달성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