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두고 김성태 전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핵심 관계자 4명을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는 대질신문에 대해 반발하면서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5시께부터 약 4시간 가량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소환한 이 전 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대질 신문에서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대납’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대해 알았는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쌍방울은 쌍방울대로 사업한 것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하자 검찰은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 2명을 차례로 불렀고, 안 회장을 포함한 세 사람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송금 알고 있지 않았냐'고 다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가 ‘나는 대북송금과 전혀 무관하다’는 취지로 부인하는 과정에서 서로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는 4자 대질이 시작된 후 진술을 거부하고,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공범으로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북한에 총 800만 달러(경기도의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대납 500만 달러·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3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대북송금 중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의 경우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대납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향후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을 둘러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검찰조사 입회에 앞서 이 전 부지사와 대북송금의 연관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김 전 회장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통해 북한 측 인사를 소개받고 이해관계에 따라 북에 송금한 것이며, 이 전 부지사는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통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언론보도로 (입장이) 나갔다.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조사 분량이 방대한 만큼, 이 전 부지사를 상대로 추가 대질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친이재명계 좌장 격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한 내용을 파악하고, 관련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부지사를 '장소변경 접견' 방식으로 만났다. 정 의원은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한 같은 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지난달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각각 장소변경 접견 방식으로 만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