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대출을 통한 주식투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하는 한편 매섭던 금리 인상 추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배경이다. 다만 이자율이 높고 단기 조정장이 오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5일 기준 17조 1891억 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이 8조 7320억 원, 코스닥이 8조 4570억 원이다. 코스피보다 코스닥에서 신용융자 잔액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고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신용융자 거래는 상환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소위 단기 차익을 내려는 단타족들이 많이 이용한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지난해 증시 활황기였던 8월 말 24조 9206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자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지난달 5일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5조 8882억 원까지 줄었는데 1월 18일 16조 원대로 다시 늘어난 뒤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달 새 1조 3000억 원가량 급증했다.
증시 반등에 단타 거래가 늘어나면서 위탁매매 미수금도 지난달 11일 1471억 원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반등해 8일 1858억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투자자들이 미수거래를 하고 결제일(만기)인 3거래일째까지 증권사에 갚지 못한 금액이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출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서는 배경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10%대의 신용융자 이자율을 운영 중이다. 최고 금리 기준으로 삼성증권이 10.1%, 신한투자증권이 10%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14일 증권 업계 최초로 이자율을 9.5%로 0.4%포인트 내린 바 있다. NH투자증권 등도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고금리인데다 증시가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단기 조정장이 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