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아 회사채 발행 금리를 낮췄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면서 그룹 전체의 재무리스크가 부각됐음에도 시장 금리가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추후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도 들어왔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전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7400억 원의 인수 주문을 받았다. 6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2년물에 1500억 원이 들어왔으며 3년물(700억 원)에는 5400억 원, 5년물(200억 원)에는 500억 원이 각각 몰렸다.
그간 롯데건설 발(發) 그룹의 유동성 부담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던 기관들이 많았지만 연초 이후 회사채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낮은 가격이라면 인수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었다. 그간 롯데그룹 회사채를 대거 인수한 채안펀드도 롯데쇼핑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1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2년물 300억 원 △3년물 300억 원 어치를 각각 주문했다. 다만 3년물의 경우 채안펀드보다 낮은 금리(높은 가격)를 써낸 투자자가 많아 발행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5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증권신고서 기준 △2년물 4.275% △3년물 4.362% △5년물 4.537% 수준이다. 회사는 최대 3000억 원으로 채권을 증액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당초 지난달 31일 시장을 찾아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장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추세인데다 채권을 사들이려는 투자 수요도 풍부한 만큼 자금 조달 금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일정을 미뤘다. 올해 초 5.262%던 회사채 금리(AA-, 3년물 기준)는 이날 기준 4.239%까지 낮아졌다. 시장의 회사채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 역시 같은 기간 148bp에서 73bp로 급격하게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연초 대규모 자금 조달을 계획하던 기업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발행 일정을 늦추고 있다.
한편 같은날 시장을 찾은 SK케미칼에는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 1조1400억 원의 뭉칫돈이 쏟아졌다. 인수 주문이 몰리면서 SK케미칼은 민평금리 대비 △1.5년물 -41bp △2년물 -40bp △3년물 -53bp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최대 연 7.8%를 제시한 SLL중앙(BBB)에도 목표 수요의 4배에 달하는 주문이 쏟아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종과 기업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갈리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지금이 금리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국채 대비 가격이 낮은 회사채에 추후 시세차익을 기대한 매수 수요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