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의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정찰풍선’ 논란을 계기로 미중 간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와중에 중국이 핵심 기술 유출 우려를 명분 삼아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 않아도 양 사의 합작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미국 정치권에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중국 당국이 최근 발표된 CATL과 포드의 합작공장 건설 계획에 대한 추가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13일 포드는 CATL과 35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를 투자해 미시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지분은 포드가 100% 소유하고 CATL이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중국산 부품의 남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충족하기 위한 ‘우회 투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정부는 양 사의 제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CATL의 핵심 기술이 포드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고위 지도부가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세부적인 조사 방식과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식통은 중국의 제재를 받은 미국 인사의 관여 여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레이시온·보잉 경영진,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장관 등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다만 실무진 차원에서 이미 한 차례 조사를 진행한 터여서 이번 조사 결과로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이번 조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정찰풍선 사태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이기 때문이다. 4일 미국이 자국 영공에 뜬 중국 풍선을 격추한 후 양국은 풍선의 성격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40개국에 정찰풍선을 띄워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이 풍선이 기상관측용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 기술은 중국의 수출 금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중국의 정밀 조사에 대해 민주당 소속의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조사는) 중국 공산당의 위선”이라며 “그들은 기술을 강제로 이전하고 훔쳤던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제 그 흐름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