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증권시장 상장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넓히며 규제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경제 반등을 위해 해외 기업공개(IPO)의 빗장을 풀면서도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정보 유출을 우려해 엄격한 요건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해외 증권시장 상장 및 관리 제도 규칙’을 17일 공개하고 “해외 상장 기업들은 국가 기밀 법률을 준수해야 하며 국가 기관의 업무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률, 행정 법규, 국가 규정상 금지된 기업은 물론 국무원 심사 과정에서 국가 안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된 기업의 해외 상장이 금지됐다. 해외 상장 시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나 인터넷 보안, 데이터 안전 등과 관련해 국가 안보 보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며 필요 시 업무 자산을 조정하거나 자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 밖에 기업이나 지배주주, 실질 지배인 등이 3년 이내 횡령, 뇌물, 사회주의 시장경제 질서 훼손 등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경우에도 해외 상장이 불가능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자유롭게 추진하던 해외 상장을 할 수 없게 됐으며 당국이 해외 상장을 감독·관리하는 체제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발표로 명확한 해외 진출 규정이 마련돼 최소한 상장폐지 등의 리스크는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 빅테크 기업 대다수는 ‘가변이익실체(VIE)’ 방식을 통해 일부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 금지 규정을 암묵적으로 회피해왔다. 하지만 2021년 디디추싱 사태를 계기로 정부 당국의 혹독한 규제가 시작되며 해외 시장에 우회 진출하더라도 언제든 ‘빅테크 때리기’의 여파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었다.
증감위는 이날 “새로운 규칙은 중국 기업들이 법규를 준수해 해외 상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국의 감독하에서 VIE 구조 기업의 해외 진출도 허용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새로운 규정이 중국 기업들의 해외 IPO 물결을 되살릴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감독 기관의 판단에 따라 IPO 과정이 까다로울 수 있다”며 “상무부가 IPO 심사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