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밤중 아이 열 난다면"…달빛어린이병원 찾으세요

■'소아청소년과 대란'에 대안 급부상

복지부 달빛병원 전국 35곳 지정

평일 오후 6~11시·휴일도 문 열어

새벽부터 긴 줄에 지친 부모 몰려

이용자 2020년 28만→작년 87만

경기 8곳, 광주·울산 0곳 지역쏠림

낮은 수가·부족한 운영비는 숙제


“구급차에 실려가는 경우가 아니면 응급실에서 환자 대우를 받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서너 시간 기다리다 보면 없던 병도 생깁니다. 최근 아이가 밤에 갑자기 열이 나서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았는데 왜 지금까지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5세 자녀의 부모)




어린이 환자와 부모들이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어린이 환자와 부모들이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심화로 진료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지정해 평일 야간 및 휴일에도 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용이 불편하고 진료비가 비싼 응급실보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야간·휴일 진료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다만 전국 5개 시도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단 한 곳도 없어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달빛어린이병원을 더 많이 확충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 인상, 의료기관 운영비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복지부에 따르면 달빛어린이병원 야간·휴일 진료는 2020년 28만 1019건에서 지난해 87만 411건으로 약 3배로 급증했다. 2021년 56만 298건과 비교해도 55.3%가 늘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복지부가 지정하는데 만 18세 이하 경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 운영 시간 기준 평일 오후 6시부터 11시, 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평일만 운영할 경우 주당 최소 3일, 휴일을 포함하면 주당 최소 2일이 지정 요건이다. 환자가 내는 진료비는 평균 1만 3000원으로 응급실비 3만 90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이용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응급실 이용이 힘들어지면서 달빛어린이병원을 많이 찾은 것 같다”며 “굳이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다른 과 의료진의 진료를 받느니 동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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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어린이병원이 보호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전국 35곳에 포진해 있는데 광주·울산·세종·전남·경북 지역에는 없다. 인천·강원·충북에는 각각 한 곳뿐이다. 경기(8곳)·경남(5곳)·서울(4곳)을 제외하면 모든 시도가 3곳 이하다.

이용자 급증에도 달빛어린이병원 확대가 제한적인 것은 인센티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면 다른 의원들이 환자를 가로챈다고 눈총을 준다”며 “밤늦게까지 혹은 휴일에도 운영을 한다는 얘기는 결국 그 시간까지 의료진이 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7년 신설된 건강보험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조제관리료의 상대가치점수는 지금까지 인상된 적이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의료 행위에 소요되는 시간·노력 등의 업무량,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 등을 점수화한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당 단가)를 곱한 값으로 책정되는데 야간진료·조제관리료 상대가치점수는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공단이 의료기관과 매년 협상을 통해 정하는 환산지수의 상승으로 야간진료·조제관리료가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지난해 기준 의원급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오후 6시 이후와 휴일 전 시간대에 진료 건당 주당 50시간 미만 운영할 경우 1만 850원, 60시간 이상 운영 시 1만 3560원의 야간진료관리료를 건보 수가로 받는다. 기본 진료비와 30%의 휴일·야간 가산료와 별도로 추가로 받는 금액이다. 달빛어린이병원 협력 약국의 경우 2560원의 야간조제관리료를 더해 받는다.

더욱이 달빛어린이병원은 2014~2016년 한 곳당 연간 1억 44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았지만 2017년 야간진료관리 수가가 도입된 후에는 운영비 지원이 중단됐다. 의료기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내원 소아·청소년 환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아·청소년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운영비 지원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의 일환으로 달빛어린이병원 확충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상대가치점수 상향 조정을 통한 수가 인상, 운영비 지원 등이 꼽힌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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