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의 일본 장기국채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정책 수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우에다 가즈오(사진) 전 심의위원이 차기 총재로 지명되자 장기금리 상승에 베팅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서둘러 국채를 팔아 치우면서다. 금리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BOJ의 국채 매입 부담도 높아져 우에다 내정자가 취임 전부터 시련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증권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 해외투자가의 일본 국채(단기국채 제외) 순매도 금액이 4조 1190억 엔(약 39조 7000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최대 기록인 지난해 9월의 3조 8987억 엔보다 2200억 엔가량 많은 금액이다.
현지 외신들은 BOJ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12월 20일 BOJ가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하자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장기금리 인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0년간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출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그 결과 0.25% 수준으로 유지되던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이후 상한선인 0.5%를 거듭 넘어서고 있다. 해외 자본들도 시세 차익을 노리며 금융기관에서 빌린 채권을 대거 공매도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뒤를 이어 4월부터 금융정책회의를 주재할 신임 총재로 우에다 전 위원이 내정되자 국채 매도세에 가속이 붙었다. 도쿄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인 우에다 전 위원이 취임하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첫 경제학자 출신 총재가 된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구로다 총재와 달리 우에다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의 중간 정도로 평가된다. 닛케이는 “경제학자 출신인 우에다 내정자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중시한 금융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투자가들의 국채 매도세가 계속될 경우 BOJ의 국채 매입 규모가 커진다는 점은 부담이다. BOJ는 장기금리가 상한선을 초과하면 무제한 국채 매입으로 금리를 낮추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미 지난달 BOJ가 국채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23조 엔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