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에어포스 대신 공군 C-32…기자단에 가짜 일정 공개

■바이든 우크라방문 막전막후

폴란드 기차로 키이우 이동

백악관 극소수만 계획 파악

동행한 취재 기자도 2명 뿐

"러시아에는 출발 직전 통보"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전사자 추모의 벽을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전사자 추모의 벽을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첫 우크라이나 방문은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군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전쟁 지역을 찾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보니 몇 달 전부터 비밀리에 추진된 방문 계획은 백악관이나 국방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극소수였다. 보안 유지를 위해 기자단에는 가짜 공개 일정을 배포할 정도였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이달 17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 핵심 인사들과의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방문이 몇 달간 세심하게 계획됐다면서 “백악관·국방부·정보기관 등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관리들이 작업을 진행했고 바이든은 이번 방문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위협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바이든의 이번 방문은 최고 수준의 비밀로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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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초 20일 폴란드 방문을 위해 출국할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에 들르기 위해 출국 일자를 하루 앞당겼다. 이를 기밀로 유지하기 위해 기자단에도 “19일 하루 동안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가짜 일정을 배포해 보안에 신경을 썼다. 그의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기자들은 20일 바이든이 탑승하지 않은 ‘에어포스원’을 타고 폴란드로 향했다. 바이든은 에어포스원 대신 보잉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를 이용했다.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과정도 전격적이었다. 동행한 보좌관과 보안 관리의 수가 평소보다 훨씬 적었을 뿐 아니라 동행 취재한 기자도 두 명뿐이었으며 두 사람은 비행기에 타면서 휴대폰을 제출한 후 키이우에서 돌려받았다. 바이든은 폴란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 그곳에서 8량짜리 기차로 갈아탄 뒤 키이우까지 이동했다. 키이우역에 내린 바이든은 “키이우에 돌아와 좋다”고 말했다. 역에서는 대통령 전용 차량이 아닌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탔으며 그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에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바이든의 깜짝 방문이 러시아 측에는 사전에 통보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출국을 몇 시간 앞두고 ‘잠재적인 사고 또는 위험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 측에 키이우 방문 일정을 미리 귀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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