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얼어붙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사상 최장 기간인 12개월 연속 약세를 보였다. 한편 집값 상승률은 둔화해 부동산 시장이 이번에 저점을 찍고 긴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1일(현지 시간)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 대비 0.7% 감소한 40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12개월 연속)이자 2010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36.9%나 급감했다.
미국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것은 ‘역대급’으로 치솟은 집값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부담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며 진정되는 듯하던 모기지금리가 재차 뛰어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인플레이션, 일자리, 소매지출 수준 등이 놀라울 만큼 높게 나타나자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를 많이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해졌다”며 이에 지난주 30년물 고정 모기지금리는 전주 대비 6.32% 올라 4개월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주택 시장이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구매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전월보다 약 2% 떨어진 35만 9000달러(약 4억 7000만 원)로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 높아 역대 최장인 13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은 11년래 가장 작았다는 점에서 둔화 신호라는 풀이도 제기된다. 이에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매매가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도 “구매자들이 더 나은 협상력을 갖기 시작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