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李 "안개 짙을땐 기다려야"…6명 중 5명은 최종금리 3.75% 열어뒀다

[기준금리 3.5% 동결]

■ 한은, 1년만에 '숨고르기'

동결 5명·0.25%P↑ 한명에도

이창용 "인상기조 끝난 것 아냐"

4월 금통위서 최종금리 판가름

물가는 3월부터 4%대 하락 관측

연말 금리인하 전망엔 "시기상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2.2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2.23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습니까.”



지난해 4월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금리를 올렸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리 동결(3.50%) 직후 이 같은 비유를 통해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도 금리 동결과 함께 최종금리를 3.75%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일종의 ‘인상 같은 동결’이 나온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이 그만큼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는 의미다.

올 1분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리 인상 기조도 2분기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게 됐다. 기준금리 3.50%가 졸음쉼터인지 톨게이트 출구인지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함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4월 금통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금리 동결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면서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로 7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가 갑자기 멈춰선 만큼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는 해석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면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오히려 7회 연속 금리 인상이 이례적 결정이었음을 재차 언급했다. 이 역시 동결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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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들도 이번 결정이 완화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이날 금리 동결은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의 의결로 이뤄졌는데 조윤제 금통위원만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면서 취임 후 첫 소수 의견을 냈다. 그런데 최종금리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금리를 3.50%로 유지해야 한다는 위원은 단 1명뿐이고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5명으로 뒤바뀌었다.

금통위의 공식적인 정책 의견이 담기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도 마찬가지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작성됐다. 특히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에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과거 ‘상당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이해됐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며 “물가 경로가 예상에 부합해 정책 목표인 2% 수준으로 가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연내 물가가 2%대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가장 큰 변수로는 물가를 꼽았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에서 3.5%로 소폭 낮췄다.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기저 효과로 올 3월부터 물가가 4%대로 낮아지면서 연말에는 3%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 불확실성에 가장 큰 것이 국제유가”라며 “공공요금과 이로 인한 2차 파급 효과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도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미국의 양호한 경제지표로 미 연준의 최종금리가 5.25~5.50%까지 높아지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 총재는 “변동환율제도에서는 한미 금리 격차의 적정 수준은 없다”면서도 “미국 통화정책과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시장에 주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도 전망보다 더욱 좋지 않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0.1%포인트 낮췄다. 미국·유럽 경제 연착륙에 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있어도 반도체 경기 부진이 성장률을 0.3%포인트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물가가 연말 3%까지 내려가는 경로에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예상하는 물가 경로가 바뀌면 거기에 맞춰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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