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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불 트랩’인가?”…“3분기 고용전망 4만”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월가의 황소상. 위키피디아월가의 황소상. 위키피디아




지난 주 올해 최악의 한주를 보냈던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7일(현지 시간)에는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3%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31%, 0.22% 뛰었는데요. 계속되는 추가 긴축 우려에 이날 오전 일찍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3.979%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3.90%대로 내려왔습니다. 2년 물도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가 4.774%로 하락했는데요. 달러인덱스도 이날 주춤했습니다.

내구재 주문은 예상보다 나빴지만 변동성이 큰 항공기를 빼면 예상보다 높았는데요. 테슬라는 3월1일 인베스터 데이를 앞두고 5.46% 뛰었습니다. 미 공화당은 코로나19가 중국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에너지부의 기밀 정보 공개와 함께 중국 과학자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미국 경제에 관한 주요 설문조사와 내구재, 증시 전망 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월평균 일자리 25.6만→7.5만→4만→3.8만 1년 내 침체 58%”…“미국 경제 벌룬(balloon·열기구) 랜딩일 수도”


우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이코노미스트 48명을 대상으로 이달 3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2023년 경제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0.8%로 지난해 12월 예상치(0.5%)보다 높아졌는데요. 미국은 지난해 2.1% 성장했었죠.

분기별로 보면 연율 기준으로 △1분기 0.0% △2분기 0.1% △3분기 0.2% △4분기 1.1% 등으로 올해 계속 안 좋다가 연말에 가면 나아지는 걸로 예측됩니다. 실업률은 1분기 3.5%에서 지속 상승해 4분기 4.3%를 거쳐 내년 초 4.4%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농업 일자리 월평균 증가수는 1분기 25만6000개에서 2분기 7만5000개로 급감한 뒤 3분기 4만 개, 4분기 3만8000개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후 다시 상승하는 형태인데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8일에 나올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2월 민간고용은 17만5000개로 전달(10만6000개)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3월10일 발표될 2월 비농업 일자리는 예상치 중앙값(9곳 예측)이 20만 개로 최대치가 30만, 최저는 15만인데요. 산탄데르가 30만, BNP파리바 24만, 도이치뱅크 증권 20만, 모건스탠리 19만 등입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3.4%로 예상되는데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1월(0.3%)보다 오름세가 커질 전망입니다.

필립 제퍼슨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노동비용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타깃 2%보다 높기 때문에 근원 서비스 물가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주택을 뺀 근원 서비스 물가는 부분적으로 노동비용이 얼마나 내려오느냐에 달려있다”고 우려했는데요.

NABE의 2023년 경제전망 업데이트. NABENABE의 2023년 경제전망 업데이트. NABE


당장은 노동시장이 워낙 타이트해 일자리 수가 급감할까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서든 스톱(sudden stop)’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죠.

고용둔화와 함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1분기 3.5% △2분기 3.2% △3분기 2.8% △4분기 2.5% 등으로 낮아질 전망인데요. 반대로 정책금리 중앙값이 1분기 4.875%, 2분기와 3분기 5.125%, 4분기 4.875%로 1분기에 실질 정책금리가 +1.3%포인트(p), 2분기에는 +1.8%p 정도로 예측됩니다.

약해지는 고용과 실질 정책금리의 확고한 플러스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는데요. NABE 조사에서는 향후 1년 내 침체에 빠질 확률이 51% 이상이라고 본 이들이 58%에 달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신호는 2024년 언젠가 인플레이션 타깃(2%)에 도달할 수 있다는 데이터 추세 또는 실업률 급등과 일자리 마이너스, 2% 근원 인플레이션 달성 등이 꼽혔는데요.

다만, 답변자들의 응답이 극과 극으로 나뉜 경향이 컸다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그만큼 경기인식이 뚜렷이 갈린다는 뜻이죠. NABE의 경제전망 업무를 책임지는 다나 피터스는 “최종금리가 얼마인지와 최종금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를지, 언제 금리인하를 할지 등과 관련해 답변자들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어제 나온 블룸버그의 MLIV 설문도 비슷합니다. 블룸버그가 20일부터 24일까지 시장 참여자 2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연착륙 전망이 41%, 경착륙은 37.6%, 노랜딩(무착륙)이 17.9%, 산에 전속력으로 부딪히기 3.6%로 나왔다고 하는데요. 경제상황을 비행기 착륙이 아닌 다른 것에 비유하면 뭐가 좋겠느냐는 말에는 ‘벌룬(balloon·열기구)’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합니다. 열기구의 경우 일반적으로 안전한 착륙이 더 쉽고 착륙 시도도 여러 번 할 수 있다는데요.

지금의 상황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1994년의 영화 ‘스피드’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한 버스에 폭탄이 장착돼 있고 버스가 시속 50마일 이하로 달리면 터진다는 설정이 주입니다. 주인공이 승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주인공, 버스에서 내리길 원하는 투자자들이 승객이라는 거죠.

“1월 내구재 주문 항공기 등 운송 빼면 전망치 웃돌아”…“2월 경제지표가 기준금리, 증시에 중요”


경제 지표를 좀 더 보겠습니다. 이날 나온 1월 내구재 주문이 2723억 달러로 전월 대비 -4.5%를 기록했는데요. 월가 전망치가 -4.0%였으니까 생각보다 더 안 좋았습니다. 지난해 12월은 5.6%에서 5.1%로 하향조정됐는데요.

내구재 주문이 감소하면 경기가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의 경우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보잉사에 비행기 주문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구재 실적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요. 항공기 주문은 금액이 크고 변동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도 이를 제외한 수치를 보는데요. 운송 부문을 빼면 1월 내구재는 0.7% 증가로 예상치 0.1%보다 높습니다. 지난해 12월이 일회성 요인에 의해 금액이 커졌기 때문이 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항공기를 뺀 비국방 자본재 수주도 0.8%로 시장 예상치 0.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고 있다는 조사들과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주택시장도 예상보다는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월 펜딩(pending·진행 중) 주택 판매지수가 전달보다 8.1% 증가한 82.5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 0.9%를 크게 웃돈 겁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구매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는데요.

최근 국채금리의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이 정도의 주택매매 개선세가 지속할지는 의문이지만 최소 내구재만 봐도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는 견고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긴축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날 증시 상승폭이 다소 제한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할 겁니다.

1월 내구재 주문 추이1월 내구재 주문 추이


이 때문에 2월 경제지표들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월도 따듯한 날들이 많았지만 주로 계절적 요인 때문에 1월이 특별히 더 좋게 나온 게 맞는지, 또 상대적으로 강한 경제가 이어질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블룸버그는 “2월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정말로 뜨거운지 아닌지를 입증해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만약 미국 경제가 2월에도 1월만큼 뜨겁다면 수요를 줄이기 위한 상당한 긴축이 불가피한데요. 실제로 그런지 알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드린 2월 고용 외에 인플레이션 지표를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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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3월14일에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오는데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2월 CPI가 전월 대비 0.55%, 전년 대비 6.23%라고 점쳤습니다.

1월 CPI가 각각 0.5%, 6.4%였으니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는 셈인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1달 전 대비 0.45%, 지난해와 비교하면 5.54%로 내다봤습니다. 최근 클리블랜드 연은은 “근원 PCE가 2025년에도 2.75%까지만 떨어질 수 있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깊은 침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울프리서치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지속 가능한 경로로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6%까지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뒤에 상대적으로 깊은 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기준금리가 6% 가까운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좋은 소식도 있는데요. 아파트먼트 리스트(Apartment List)에 따르면 1월에 신규 세입자들이 계약한 월세금액(중앙값)이 지난해 8월보다 3.5% 낮다고 합니다. 야르디 매트릭스는 지난해 12월 2070달러였던 미 전역의 렌트비 수준이 1월에는 단지 1달러 상승한 2071달러라고 밝혔는데요.

여전히 1년 전보다는 상당히 높지만 이 같은 흐름은 연준의 바람대로 하반기에 주택 서비스 물가가 하락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S&P, 3940 안팎서 안정될 것 vs 3월 다시 약세장으로 갈 수 있어”…“묻지마식 기술주 매입 시대 끝나”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어닝 리세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우리의 판단을 감안할 때 우리는 3월에 주식이 더 하락할 위험이 높다고 본다”며 “최근의 랠리는 ‘불 트랩(bull trap)’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는데요.

불 트랩은 상승세인 것처럼 속이는 함정을 말합니다. 윌슨은 더 떨어지지 않고 지금의 상황이 유지되려면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는데요.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2008년 이후 투자자들은 쌀 때(dip) 주식을 사야 한다고 배웠지만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는 연준의 약속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과거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는 경기둔화 시 연준이 곧바로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 최근의 증시 약세는 국채금리 상승 탓이 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JC 오하라 로스 MKM의 수석 시장 기술분석가는 “최근의 증시 상황은 주식이 과매도된 것이 조정 받았기다기보다는 금리상승의 결과”라며 “다시 한번 금리가 증시에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07년 금융위기 때 큰 돈을 번 스티브 아이스만은 미 경제 방송 CNBC에 “현재 가장 좋아하는 투자대상은 단기 국채다. 위험이 없는 4.8% 국채는 좋은 것이며 고객 자금 가운데 일부를 4.8%에 투자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며 “(금리가 오르면서) 단순히 기술주에 투자해 시장의 평균수익 이상을 올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집계기준 2월 고용 전망치. 블룸버그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집계기준 2월 고용 전망치. 블룸버그


이는 기술주 투자를 아예 하지 마라는 뜻은 아닌데요. 앞으로는 선택적으로, 기업을 봐가며 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지만 침체가 올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추가로 다음 달 내 변동성 지수(VIX)가 75를 찍을 것을 기대하는 콜 옵션(call option) 거래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VIX 상승은 증시하락, 하락은 상승으로 VIX와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현재 VIX가 21인데 75까지 간다는 것은 대폭락을 예상한다는 의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5는 주식시장이 대거 폭락할 때 나타나는 보기 드문 수치”라며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S&P500이 200일 이동평균 부근에서 오르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설립자 케이티 스톡턴은 “지난 목요일 S&P가 과매도됐으며 일시적으로는 3940선에서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3925~3950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블룸버그 MLIV 설문조사상, 응답자의 78%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년 간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고 합니다. 12%는 우크라이나가 동부의 돈바스를 내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6%는 러시아 완전 철군을 전망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큰 자료와 사건이 없었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지정학 리스크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별다른 게 없으면 상승하는 것이 증시지만 3월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 유념해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방송] : 국내 최초 경제지 서울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방송됩니다. 생방송 이후에는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생방송 이후에는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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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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