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21개월 만에 10억 원 아래로 하락했다. 집값 급등기에 10억 원을 돌파했던 서울 외곽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중위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전세 중위가격도 5억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2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 중위가격은 9억 9333만 원으로 2021년 6월(10억 1416만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10억 원 아래를 기록했다. 지난달의 10억 1333만 원에서 2000만 원(2.0%) 하락한 금액이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값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2년 7월 11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전세 중위가격은 2021년 9월 6억 2680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6억 원선이 무너졌으며 이달에는 5억1333만원까지 하락했다.
특히 10억 원을 넘던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최근 들어 ‘급매’를 중심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서울 전체 중위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2020~2021년 당시 2년간 30%가 넘게 오르던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가 다시 10억 원 아래로 내려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년 동안 집값이 35.0% 올랐던 강서구에 위치한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면적 59.9㎡는 2021년 10월 13억 8000만 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이보다 4억 원 이상 하락한 9억 원(5층)~9억 8000만 원(15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2년간 도봉구 집값이 37.5% 오르는 동안 11억 5000만 원(9층)까지 기록했던 창동 ‘창동주공19단지’ 68.9㎡는 지난달에는 이보다 4억 2500만 원 떨어진 7억 2500만 원(15층)에 팔렸다. 같은 기간 집값이 32.5% 올랐던 은평구에 있는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84.8㎡는 이달 17일 8억 9000만 원(7층)에 거래되며 10억 원 아래로 내려왔는데 이는 2021년 7월 기록한 신고가 11억 9000만 원(12층)보다 3억 원 하락한 금액이다. 37.1% 급등했던 구로구에서는 개봉동 ‘현대’ 84.9㎡가 이달 3일 7억 500만 원(2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9월 역대 가장 비싸게 거래된 10억 1000만 원(15층)보다 30% 이상 낮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아파트 값 양극화가 심해지며 중위값을 빠르게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하방 압력과 위축된 매수심리로 서울의 전체적인 집값이 떨어지면서 중위값도 같이 하락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서울 외곽의 집값이 크게 올랐었고 이들 지역은 대출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어 실거래가도 더욱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 팀장은 “서울 평균 매매가격은 여전히 12억 원 이상으로 중위가격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하락기 동안에도 서울 내 양극화는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는 서울에 위치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에 매수세가 붙으며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락기에는 반대로 입지에 따라 감소 폭이 차이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대출·취득세 등의 부담이 적은 서울 외곽 9억 원 이하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늘어나면서 중위가격도 당분간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 중위 전세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3년 2월 중위 전세가격은 5억 1333만 원으로 1월 대비 1333만 원(2.6%) 감소하며 5억 원 붕괴를 눈앞에 뒀다. 이는 2년 4개월 전인 2020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중위 전세가격은 2021년 9월 6억 2680만 원까지 올랐지만 매매가격보다 먼저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