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학원들이 앞다퉈 학원비를 올리고 있다. 연초 시작된 학원가의 학원비 인상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간 학부모 반발 등을 우려해 인상을 자제했지만 인건비 상승 등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쟁 업체까지 학원비를 올리자 뒤늦게 인상 흐름에 동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교육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A프랜차이즈 영어 학원은 최근 문자를 통해 3월 1일부터 수강료(3개월)를 5만 원 올린다고 안내했다. 서울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B영어 학원도 3월부터 지점에 따라 1만 원에서 최대 3만 원까지 수업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C수학 학원의 일부 지점은 최근 교재비를 올렸다.
학원비 인상은 고물가에 대한 타개책이다. A 학원 원장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학원비를 인상했다”며 “지난 11년 동안 인건비는 최대 40% 가까이 올랐는데 학원비 인상률은 여전히 인건비 인상률을 못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가는 그간 학원비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왔다. 학원비 인상으로 인한 학생 이탈 등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원들이 고물가 충격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연초에 걸쳐 학원비 인상을 결정했다. 재수학원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학원비를 올렸다. 학원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들도 과목과 학년에 관계없이 수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학원비를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학원들도 새 학기를 맞아 원비를 올리기 시작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일부 학원들이 연초 고물가 대응책으로 학원비를 인상했는데 이를 지켜만 보고 있던 학원들이 고물가와 주변 학원들의 수강료 인상이라는 명분이 생기자 더 늦기 전에 학원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학부모들은 학원비 인상에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사교육 비용을 당장 줄이지는 않고 있다. 초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원비가 올랐다는 문자가 올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끼고 더 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원비 인상이 학원가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학부모들의 근심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학원비 인상이 학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방위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구리시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지난 4년간 원비를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고 당분간 올릴 생각도 없다”며 “입소문이 난 학원이 아닌 경우 원비를 올리기 쉽지 않다. 아이들을 어떻게 모을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도 “형제자매를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만 올려도 학부모들이 힘들어 한다”며 “경기 침체로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진 상황이어서 학원비를 올리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