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되고 있다. 특히 김 전 회장 측이 이 대표와 최소 다섯 차례 통화를 했다고 진술하는 등 이 대표를 지목하는 증언들이 나오면서 수사가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북송금을 위해 800만 달러의 자금을 해외로 밀반출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재판에 이 대표를 겨냥한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 씨는 “증인은 당시 조사에서 김 전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앞서 김 전 회장에 대해 “얼굴도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셈이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캠프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 전 부지사에 쌍방울 측이 법인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같은 사건 재판에서 운전기사 A 씨는 “경기도지사 선거운동 기간에 이 전 부지사를 자택에서 태워 경기도로 가서 선거운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지사 선거 활동에 큰 차량이 필요하다며 쌍방울에 교체를 부탁해 렉서스를 카니발로 바꿨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 부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 대북송금 관련자들이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에 개입했다고 진술하면서 수사 칼날은 이 전 부지사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해 쌍방울 대북송금과 경기도의 관련성을 인정할 경우 수사는 곧바로 이 대표를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검찰은 김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을 잇달아 재판에 넘기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 모 씨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전날에는 김 전 회장의 ‘호화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수행비서 박 모 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부결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결과가 사실상 ‘가결’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오는 만큼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