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부동산펀드 자금 1년새 1조 빠져나갔다

긴축發 경기침체 장기화 전망 속

1월 미분양 규모 금융위기후 최대

전체 설정액 3.6조로 쪼그라들어

KB -2659억 등 자산운용사 타격

부동산시장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

당분간 자금유출 이어질 가능성





국내와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지난 1년 사이 약 1조 원이 유출됐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에 미국발 긴축 정책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금융위기 직후 최대 규모의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최근 1년 동안 국내와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각각 3408억 원, 6025억 원으로 총 9433억 원에 달한다. 1년 전 국내와 해외 부동산 펀드의 설정액 합계가 4조 5743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사이 전체 설정액 중 5분의 1이 증발한 셈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국내 5239억 원, 해외 3조 1071억 원으로 총 3조 631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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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 기준으로 보면 해외 부동산 펀드 유출 자금은 6025억 원으로 국내(3408억 원) 대비 2배가량 많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설정액 대비 자금 유출 규모를 따지면 해외에 비해 국내 부동산 펀드의 자금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부동산의 침체 정도가 해외보다 심각하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부동산 경기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6만 8148 가구보다 7211가구(10.6%) 증가한 7만 5359가구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 11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미분양이 급증하면 분양 완료 후 잔금으로 상환하려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용 때문에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 건설 업체부터 도산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비단 건설 업체뿐만 아니라 함께 PF 대출에 나선 증권 및 저축은행 업계까지 도미노 부실에 처할 수 있다.

부동산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면서 대체투자 부문에서 이름을 날리던 자산운용사의 타격이 특히 크다. 국내 부동산 펀드 가운데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출된 곳은 KB자산운용으로 2659억 원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28일 기준 KB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는 5개로 설정액이 79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위는 이지스자산운용으로 해당 기간 58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날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국내 부동산 펀드는 7개이고 설정액은 1210억 원이다. 그 뒤를 유경피에스지자산운용(81억 원), 신한자산운용(60억 원) 등이 차지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서 지난 1년 사이 2018억 원이 빠져나갔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펀드 수는 11개로 설정액은 7381억 원이다. 그 다음으로는 대신자산운용(956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739억 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625억 원), 하나UBS자산운용(410억 원) 순으로 자금이 줄었다.

대체투자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와 해외시장의 부동산 침체와 회복이 시간 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체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도심 빌딩은 올 상반기부터 재계약이 이뤄지지 못하고 경매에 부쳐져 가격 조정을 겪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조정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정부의 정책 개입에 따라 부동산 가격 조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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