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서 ‘팔자’로 변심한 외국인이 수주 곳간이 든든한 종목은 담고 있다. 수주 잔액이 곧 미래의 실적을 담보하기에 실적 성장의 가시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의식해 지난주에만 7700억 원을 순매도하는 가운데서도 ‘무풍지대’에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이 커진 만큼 이들이 팔고 사는 업종을 유의 깊게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7거래일간 수주 실적이 양호한 종목들을 집중 매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순매수액이 328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현대중공업(329180)(255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201억 원), 삼성엔지니어링(028050)(139억 원), LG전자(066570)(125억 원) 등에도 매수가 몰렸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수주 실적이나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일감이 넉넉한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수주가 가시화하며 주가 상승 사이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원전 수주가 지난해 1조 7000억 원에서 올해 3조 3000억 원, 2024년 5조 1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기업가치는 수주와 동행했다”며 “올해와 내년 본격화하는 원전 수주와 함께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수주가 반등의 ‘뱃길’을 터주고 있다. 올해 수주 목표의 14%를 이미 연초부터 채웠다. 조선 부문 영업이익 흑자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종과 관계없이 잔여 건조장을 양질의 일감으로 채울 수 있는 판매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 기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과 국내 방산 사업 호조로 역대 최고 실적을 썼다. 현재 수주 실적은 13조 원에 달한다. LG전자도 전장 부문 수주 잔액이 100조 원에 근접해 주가 재평가가 기대된다.
대조적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은 연초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2차전지와 반도체주를 내다 팔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경기 둔화 우려에 불을 붙인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2차전지주는 실제 업황보다 더 급등한 주가 탓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거래일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2차전지 소재 계열사를 둔 POSCO홀딩스로 2588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1128억 원), 삼성전자(005930)(-1015억 원), LG화학(-898억 원) 순이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주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특정 호재가 있다기보다 기대감이 좌우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