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4분기에 흑자를 내며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연 매출은 26조 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연간 흑자 전환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대신 올해 경쟁 범위를 이커머스 바깥으로 넓혀 신세계(004170), 롯데 등 국내 대표 유통업체와 직접 경쟁하면서 흑자 원년 및 사상 최대 매출 경신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 된 쿠팡은 1일(한국시간) 오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영업 손실이 1억1201만 달러(1447억원·연평균 환율 1291.95원 기준)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순손실은 9204만 달러(1189억원)로 93% 줄었다. 매출은 205억 8261만 달러(26조 5917억원)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3억8121만 달러(4925억원)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53억 2677만 달러(7조2404억원·분기평균 환율 1359.26원 기준), 영업 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340만 달러(1133억원), 1억206만 달러(1387억 원)로 흑자 전환했다.
실적 개선의 원동력은 고객 증가세였다. 지난해 말 활성 고객, 즉 분기 기준 한번이라도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의 수는 181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고객 1인 당 매출은 40만원(294달러)으로 4% 증가했다. 또 유료 멤버십인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200만 명 늘어나 누적 1100만 명을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은 602조 원 규모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은 "기술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자동화 등 운영개선 결과로 매출 성장을 이뤘다"며 "오프라인 중심 유통 시장에서 고객이 '와우'할 수 있는 새로운 순간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앞으로는 이커머스 만이 아닌 대형마트, 백화점 등과도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김 창업자는 “대부분의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시장은 여전히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 다양한 상품군, 낮은 가격, 특별한 서비스를 만들면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며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20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구매 고객에게 로켓 서비스에 새로운 상품이 추가할 때마다 멤버십 프로그램을 점점 거부하기 힘들 만큼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이 신세계·이마트(139480)와 롯데쇼핑(023530)에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유통 공룡들의 시장 경쟁이 ‘3S(Smart·Speed·Selection)’ 전략에 따라 성패가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와 배송 효율 증대, 제품 확대와 고객 맴버십 강화 등이 주목할 요소다.
쿠팡은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늘리면서 소비자 접점인 일명 ‘쿠세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달 쿠팡이 공개한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 등 1000여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를 비롯해 자동화 물류에만 현재까지 1조 2500억 원을 투자했다.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세 곳과, 전국 100여 곳 PP센터의 물류 체계를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롯데는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손을 잡고 새벽배송 시장에 1조원 투자를 집행한다. 또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외에도 3사는 고객 락인에 주력할 예정이다. 쿠팡은 월 4990원에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로켓프레시, 쿠팡플레이 등 10가지가 넘는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의 본격적인 마케팅을 꾀하고 있다. 이마트·신세계는 스타벅스, G마켓 등 계열사 6곳 혜택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을 오는 7월 선보인다.롯데는 ‘엘포인트 멤버스’와 ‘롯데호텔리워즈’, 롯데홈쇼핑의 2030 유료 멤버십 ‘와이클럽’ 등 4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