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유튜브가 문화방송(MBC)과 손잡고 미국 로스엔젤리스(LA)에서 K팝 콘서트를 열었던 때가 떠오릅니다. 당시 2만 명가량의 관중이 모였는데 약 10년 후인 2021년 11월 같은 도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는 20만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대다수의 관중이 아시아인이었던 10년 전과는 달리 다양한 인종이 모였습니다. 격세지감이 들더군요."
최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이선정 유튜브 뮤직 파트너십 총괄(전무)은 “K팝은 지난 10년 간 글로벌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며 이같이 회상했다. 구글에 몸담은 지 15년째인 이 총괄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대박’을 낸 직후인 지난 2013년 일본에서 한국지사로 소속을 옮긴 후 줄곧 뮤직 파트너십 역할을 맡았다. 그는 “K팝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10년 동안 직함은 같아도 항상 새로운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K팝의 높아진 위상은 회사 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총괄은 “예전에는 주로 한국에서만 일했다면 최근엔 미국 본사와 직접 소통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재작년 7월 3주 간 진행했던 BTS ‘퍼미션 투 댄스 쇼츠 챌린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총괄은 “본사 측에서 신규 콘텐츠인 ‘쇼츠(shorts)’를 홍보할 방법을 찾고 있던 차에 한국 지사에서 BTS와의 협업을 제안했고 본사가 흔쾌히 승락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챌린지는 1만 여개의 해시태그를 낳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K팝 기획사들 역시 유튜브를 활용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조회수가 많을 경우 해당 지역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하는 식이다. 예컨대 최근 HOT의 ‘캔디’를 리메이크한 NCT드림은 현지 인기에 힘입어 인도네시아어 쇼츠 챌린지 영상도 별도로 제작했다.
지난 10년 간 K팝의 눈부신 성장을 함께 일궈냈지만 이 총괄은 아직도 배고프다. 주류 장르 외에도 인디음악과 트로트 등 알릴 여지가 있는 장르가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튜브는 이같은 취지에서 매년 국가별로 한 두 명의 인디 아티스트를 선발해 홍보하는 ‘파운더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역시 15개국에 포함돼 있다. 비비와 새소년 등 유명 인디가수들이 해당 프로그램 출신이다.
한국에서만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020년부터 진행 중인 ‘아티스트 커넥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아티스트를 전문 크리에이터와 연결해준다. 가수 크러쉬·유튜버 양띵과 래퍼 타이거JK, 유튜버 겸 작가 조승연 등을 이어줬고, 한국에서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해외로도 프로그램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블랙핑크와 진행한 ‘핑크베놈 챌린지'처럼 롱폼과 숏폼 동영상을 모두 활용하는 ‘멀티 포맷' 전략도 올해 보다 공격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 전 아티스트가 직접 실시간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이후 쇼츠 챌린지를 진행해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총괄은 “올해로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한 지 15년이 됐다"면서"더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