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국채금리 상승에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66%, 0.47% 하락한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02% 올랐는데요. 이날 오전 한때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4%를 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인데요.
10년 물 국채금리는 4%를 찍은 뒤 다시 내려왔지만 유럽의 인플레이션 반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에 따른 상승 압력이 여전합니다. 예상보다 강한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미국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종목별로는 이날 동부시간 오후4시부터 인베스터 데이를 여는 테슬라가 1.43% 하락했습니다. 오늘은 국채금리와 노동시장, 기준금리, 증시 전망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연준 긴축에 매파 ECB 전망 겹쳐 국채금리↑”…“카시카리, 3월 0.5%p 금리인상 열려 있어”
어제에 이어 국채금리부터 알아보죠.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4%를 넘어 4.01%를 찍었는데요. 팀 호란 칠튼 트러스트의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채권금리가 더 올라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시장이) 테스트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고용과 소비가 견고하고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이를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요. 정책금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2년 물 미 국채금리도 이날 장중 4.9%를 넘기도 했습니다. 2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전폭도 0.9%포인트(p)에 가까운데요. 1981년 이후 최대치죠.
실제 시장의 금리인상 전망폭이 꽤 올라갔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6분 현재 6월 기준금리가 5.25~5.50%일 확률이 59.3%로 가장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의 상황과 엇비슷한데요. 중요한 건 9월입니다. 9월 기준금리가 5.50~5.75%로 지금 생각보다 한 단계 더 높아질 가능성이 39.8%로 1위인데요. 하루 새 5.9%p 뛴 건데요. 이는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상황에 따라 5.50~5.75%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베팅이 9월에 5.5%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는 외적 요인도 계속 작용하는데요. 전날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날은 독일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이날 독일의 2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 대비 9.3%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시장 전망치 9.0%를 웃돌았습니다. 10년 물 독일 국채금리도 2.725%를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아킴 나겔 총재는 “견고한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물가가 6~7% 정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날 프랑스와 스페인 국채금리도 각각 2012년,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죠. 골드만삭스는 5월에도 유럽중앙은행(ECB)가 0.25%p 대신 0.5%p를 인상할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미국과 유럽의 견고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한번 쌍끌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국채금리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승해 긴축 우려를 확대 재생산하는 꼴입니다.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우리는 아직 금리인상이 서비스 부문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를 많이 못 보고 있다. 그것이 나는 걱정스럽다”며 “인플레이션 타깃(2%)으로 되돌아 가기에는 임금상승률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3월 회의에서) 0.25%p를 지지할지, 0.5%p가 좋은지에 대해 열려 있다”며 “다만, 나에게 0.25%p냐 0.5%p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점도표에서 우리가 (적절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카시카리는 서비스 부문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데 그 원인을 임금에서 찾고 있습니다. 노동이 둔화해야 임금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셈인데요. 0.5%p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점도표가 더 중요하다고 한 것은, 3월 점도표에서 연준이 최종금리를 지난해 12월(5.00~5.25%)보다 높인다면 0.25%p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로 읽힙니다.
카시카리는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가 5.4%(5.25~5.50%)까지 높아질 수 있음을 봤다”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종금리를 얼마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더 많은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5.4%보다 더 높은 거니까 5.50~5.75%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이날 “우리는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리고 2024년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보스틱은 지난해 12월에도 5.00~5.25%를 적어냈습니다.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데요. 5.00~5.25%는 12월 점도표 그대로인 것으로 시장의 생각보다도 낮은 겁니다.
“구인건수, JOLTs +49%·집리쿠르터 +23.2%·링크업 +21%”…“ISM, 2월 구매 물가지수 51.3 월가 예상 상회”
이 같은 상황은 연준 내에서 최종금리를 두고 의견이 크게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매파와 비둘기파 간 싸움도 치열해질텐데요.
최종금리를 더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쪽에서는 지난해 12월 FOMC에서 내놓은 수치보다 더 올리는 대신 더 오래 긴축적으로 가자고 할 수 있겠죠. 인플레이션이 확 튀지 않으면서 조금씩이라도 매달 떨어지기만 한다면 이런 방식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참고로 클리블랜드 연은이 테일러 준칙과 이를 변형한 통화정책 관련 7개 법칙의 중앙값을 내보니 4.38%였다고 하네요. 현재 기준금리가 4.50~4.75%니까 클리블랜드 연은이 제시한 것보다 더 높은 겁니다. 최종금리에 관한 한 당장 예측치를 확 올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죠.
최종적으로 뭐가 맞을지는 노동지표가 가를 텐데요. 블룸버그 집계치를 보면 2일에 나올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경우 19만5000건으로 전주(19만2000건)보다 약간 높은 수준입니다. 계속 청구건수는 166만9000건으로 이 또한 전주(165만4000건)보다 살짝 증가하는데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2월 민간고용 예상치는 이틀 만에 더 늘어났습니다. 지난달 27일 17만5000개였던 게 이날 현재 18만8000개로 불어났는데요. 10일에 나올 2월 비농업 일자리 전망치도 20만 개였던 게 이날 확인해보니 21만5000개로 증가했습니다. 실업률은 3.4%로 1월과 같죠.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당초 0.4%에서 며칠 만에 0.3%로 하향 조정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인데요. 다만, 이날 델타항공 노동조합이 1만5000여 명 조종사들의 급여 34% 인상안을 통과시키긴 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노조는 아직 협상 중이고요.
물론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전해드렸듯, 고용시장이 2분기 이후부터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이 있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구직사이트를 보면 연방정부 차원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보다 구인건수 증가율이 훨씬 낮으며 이는 일자리 감소세가 실제로는 더 가파를 수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는데요.
지난해 12월 구인건수는 1101만2000건에 달합니다. 실업자보다 1.9배가량 많은데요.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보다 49%나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민간 업체인 인디드는 40.1%(2월 기준), 집리쿠르터는 23.2%(1월 기준), 링크업은 21%(2월 기준)에 그친다고 하는데요. 집리쿠르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아 폴락은 “아직 고용통계에서 둔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곧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고객들과 항상 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 업체의 경우 정확도나 대표성 측면에서 정부 통계만 못하지만 최근에는 정부 통계도 응답률이 떨어지면서 신뢰도 논란이 있긴 하죠. 여러 자료를 함께 볼 필요가 있는데요. 민간 구인구직 업체에 따르면 고용시장이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둬야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화점 콜스(Kohl's)의 실적이 안 좋았는데요. 소매업체의 최대 대목이 포함된 지난해 4분기(2022. 11~2023. 1) 매출이 57억8000만 달러로 예상치 59억9000만 달러를 하회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주당 98센트의 순이익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2.49달러 손실을 냈는데요. 동일매장 매출도 -6.6%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비자들이 식료품 같은 필수재에 집중하고 나머지 물품을 잘 사지 않기 때문인데요. 콜스는 올해 순판매 실적도 -2~-4%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가정용품을 취급하는 로위스도 어닝과 매출이 모두 시장 예상을 밑돌았고 올해 실적 예상치도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올해 총 매출 기대치가 880~900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 904억8000만 달러보다 낮은데요. 동일매장 매출도 -2~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미 오피스 빌딩 48%가 변동금리 올해 만기 917억 달러”…“아인혼 증시는 곰, 인플레는 황소. 주식 단기로는 보수적이나 길게 보면 기회이기도”
반면 미 공급관리협회(ISM) 자료는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는 낫고 인플레이션이 견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ISM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2월 제조업 PMI가 47.7로 1월(47.4)보다 소폭 개선됐는데요. 월가 예상치 48을 밑돌았고 수축을 뜻하는 50 아래지만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치가 좋아졌습니다.
금리 상승 기조를 고려하면 제조업이 확 살아날 가능성은 낮긴 하지만, ISM은 “지수 상승은 2월에 진전이 있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MSC의 소렌 토프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우리는 여전히 미국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고용이 시장이 매우 강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서서히 줄일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역시 긍정적이며 세계경제가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히 인플레 문제는 PMI에서도 드러났는데요. 2월의 구매물가지수가 51.3으로 월가 예상치 46.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전달(44.5) 대비 6.8포인트나 상승했죠.
이제 증시 상황을 더 보겠습니다. 월가에서 이름난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 캐피털 창업자는 CNBC에 “투자자들은 주식에는 약세(bearish), 인플레이션에는 강세(bullish)를 보여야 한다”며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모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을 것이다. 금융자산은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그는 “나는 시장 전반에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장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매우 흥분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수적=증시하락’ 과정이 이뤄지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말일 텐데요.
인베스터 인텔리전스가 뉴스레터 편집자를 조사해보니 황소론자의 비율이 1월 44.4%에서 2월에 38.4%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단기적인 증시 조정을 생각하는 비율은 29.2%에서 32.8%로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중국의 2월 PMI가 52.6으로 거의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데 대해서는 미국과는 크게 관계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중국 주식과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제에는 좋겠지만 미국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미국은 중국 성장 가속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월가에서는 중국의 데이터는 믿을 수 없다는 얘기도 갈수록 늘고 있긴 합니다.
추가로 금리가 자꾸 오르면서 미국 오피스 빌딩 시장에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블룸버그는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17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대출을 연체한 이후 오피스 부동산 시장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며 “핌코의 콜럼비아 부동산 신탁(Columbia Property Trust)이나 브룩필드 같은 곳도 일부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뉴마크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오피스 건물 대출의 약 48%가 변동금리라고 하는데요. 올해 만기 규모가 917억 달러 수준입니다.
보안업체 캐슬레 시스템은 2월 말 기준으로 뉴욕 오피스 빌딩의 사무실 점유율은 코로나19 이전의 47%, 샌프란시스코는 44%라고 했는데요. 높은 변동금리 비중과 금리 상승이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2년 3월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죠.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갈 길은 꽤 남았는데요. 당분간 인플레이션과 금리,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주의깊게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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