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증권사에 ‘법인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다시 한 번 이를 촉구했다.
국내 14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이 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법인 지급 결제 허용과 외환 업무 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은행과의 경쟁을 활성화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논리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증권사가 법인 지급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업들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서도 제품 판매 대금 지급과 협력 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증권사 계좌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 계좌가 월급 통장이 돼 회사가 직원들의 급여를 증권사 계좌에 바로 보낼 수도 있다.
외환 업무 확대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앞서 2월 초 대형 증권사도 일반 환전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공표한 것 이상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사들 입장이었다.
증권사들은 이와 함께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시장 안정에 주력하겠다며 증권산업이 해외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기자금시장 경색 상황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유동성 공급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증권 금융의 자본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화 사회 수요에 대응하는 종합재산신탁 등 신탁상품 활성화를 위해 관련 입법 작업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는 입장도 이 원장에게 전달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사안의 중요도, 시급성 등을 감안한 우선순위를 정해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원장은 증권사 CEO들에게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업무 관행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이 원장은 “특히 투자자의 권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관행 개선 논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며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객관성·신뢰성 제고 문제는 그간 오랜 과제였던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달 증권사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 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등에 대한 기준을 개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