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빨리 지나가세요.” “(동료에게) 이봐, 이쪽으로 와봐.”
2일(현지 시간) 찾은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은 떠들썩했다. 대화하는 트레이더들과 방송을 준비하는 현지 언론 관계자들, 업무 차 방문한 상장사 임직원들이 객장 구석구석을 채웠다. 자본시장의 주요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주식을 다루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후 4시, 정규 장 마감을 알리는 클로징벨이 울리자 상장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다리던 래더캐피털 임직원들이 테라스에 모여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NYSE에서 15년간 상장을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이정표가 되는 모습이었다. NYSE의 국제자본시장부문장인 카산드라 세이어는 “이곳에는 역사가 있고, 전 세계 회사들이 자본시장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것을 즐긴다”며 “상장 당일 오프닝벨을 울리는 일은 특히 기업이 잊지 못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NYSE 상장은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의미를 지닌다. NYSE는 상장사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 중 하나다. 코카콜라·버크셔해서웨이·비자 등 전통의 글로벌 기업들이 상장된 곳이다. 세이어 부문장은 “이곳에 상장하려는 해외 기업들은 미국 자본시장의 강한 유동성을 이용하고 싶어한다“며 “투자자 풀의 넓이와 크기, 구성의 다양성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NYSE도 지난해 증시 급락의 후폭풍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스톡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1년 220여 곳에 달하던 NYSE의 신규 상장사는 지난해 20곳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1년 3255억 달러까지 급증했던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난해 145억 달러로 급감한 데 따른 여파다. 세이어 부문장은 “지난 10여 년을 통틀어 IPO가 가장 적었던 해“라며 “현재 논의 중인 기업 현황을 고려할 때 올해는 상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환경이 IPO를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저스틴 더빈 NYSE연구소 정책부문장은 “비상장 기업들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던 저금리 시대는 끝났다”며 “기준금리가 4%를 넘어 5~6%로 가는 환경에서는 비상장 상태에서 벗어나 IPO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NYSE가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는 해외 기업 상장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불투명해지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진출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해 8월 미국과 중국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를 미국 규제 당국이 감독하기로 하면서 10여 년에 걸친 회계 갈등을 정리했다. 더빈 부문장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해소하고 싶은 무역 등 불균형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에서 중국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상장과 관련해서도 이달 말 방문 계획이 있으며 싱가포르에 있는 인력들이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연결 창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빈 부문장은 “공공자본시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산을 늘릴 수 있다”며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부의 창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