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들은 부유해졌는데 어떤 국가는 여전히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신간 ‘부의 빅 히스토리-세상은 어떻게 부유해지는가(원제 How the world became rich)’는 지리와 제도, 문화, 인구, 식민화 등 5가지 프레임으로 국부의 원인을 살핀다. 그리고 결국 혁신의 추구가 각국의 운명을 갈랐다고 결론 짓는다.
불과 200년 전까지도 세계 인구의 90%는 오늘날의 극빈층과 비슷하게 살았고, 가장 부유한 곳의 1인당 평균 소득도 4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의 어느 순간 북서유럽이 지속적인 근대적 경제성장을 이루며 가장 먼저 부유해졌고 이어서 다른 나라들도 줄줄이 부자가 됐다.
저자는 부의 원천으로 우선 지리를 든다. 천연자원이 많고 교통이 편리한 곳은 당연히 경제성장에 유리하다. 그리고 산맥이나 바다의 적당한 지형 분할도 권력의 분산과 의회의 발달에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지리는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지리적 결정론에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부각되는 것이 제도의 중요성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제대로의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게 하는 문화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계몽주의 의식과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서구의 근대혁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인구 측면에서는 막연한 인구 증가보다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여부가 성장을 좌우한다고 본다. 교육받은 인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다만 식민지화는 다소 논쟁적인 주제다. 서구가 식민지 약탈을 통해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인데 다만 식민지를 겪은 국가들 가운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홍콩 등은 식민지를 겪고도 부유해졌고 동남아와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는 그러지 못했다. 저자는 제도의 발전, 신뢰규범 구축, 인적자본 축적, 공공재 공급에 성공했느냐 여부가 이들 식민지의 성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정리한다.
결론적으로 경제를 선도하는 나라들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결정적인 키워드는 단연 ‘혁신’이다. 즉 산업혁명은 정책 입안자들이 사전에 계획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여 이룬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개인들이 새로운 생산적인 기술을 실험하거나 다양한 부문을 기계화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의 파편을 곱씹으며 미래 사회를 다각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2만4800원.